11.7. [길고양이 시마짱과 함께한 나날들]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김현화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11월

길고양이 시마짱과 함께하는 귀여운 동물 이야기
동물과 관련된 귀여운 일화를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 무레 요코. 도서출판 양파.

 내가 알던 세계가 달라지는 건 무섭다. 바뀌는 세계가 좋을지 나쁠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뀐다. 그 사실만으로도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마땅히 없다. 그냥 최대한 빨리 적응해, 해야 할 일을 찾는 수뿐.
 그럼에도 나는 나와 다른 세계는 궁금해한다. 내가 살지 못한 세계의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사나, 호기심에 기웃거린다. 내 세계가 바뀌는 건 싫지만 타인의 세계에는 호기심이 간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며 힐링하겠다는 마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동물을 좋아하는 저자의 심리가 궁금해서 양파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이벤트를 신청했다. 그렇다. 이번에도 주된 동기는 호기심이다.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무레가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감상을 적은 에세이집. 다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건 길고양이 시마짱인 만큼, 개인적으로는 시마짱 이야기라고 해두고 싶다.
 이하 스포일러 있을 지도. 에세이에 스포일러라고 하니 무언가 이상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꽤 유명한 길 고양이. 무레와 무레 친구 집에 갑자기 불쑥 나타난 뒤 종종 얼굴을 들이민다. 얼굴만 들이미는 게 아니라 집 안에까지 멋대로 들어온다. 밥도 얻어 먹고, 잠도 얻어 자면서도 정작 길들여지지는 않는다. 이 제멋대로인 길고양이. 그래도 무레도 그리고 무레의 친구도 꽤 잘 돌보아준다.
 한동안 안 보이면 걱정해주고 다쳐서 찾아오면 치료해주고. 정작 기르고 있는 고양이보다 시마짱에게 식비가 더 많이 들 정도로. 심지어 시마짱 밥 챙겨주다 시마짱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에 눈독을 들이는 새들까지 챙겨줄 정도가 되어 버리지만, 그런 상황마저 어쩐지 즐기는 듯하다. 읽다 보면 정이라는 건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 이 생각마저 든다.

 시마짱과의 이야기 중간중간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위에서 말한 새 이외에도 예전에 무레가 길렀던 쥐라든지. 테디베어 이야기를 하면서 곰이 살짝 끼어들기도 하고 강아지 이야기도 당연히 나온다.
 기타 시마짱의 냄새가 매우 심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입 냄새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입 냄새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의 이빨을 닦아주는 이야기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원래는 입 냄새가 없던 동물도 입 냄새가 생긴다는 이야기까지.
 한 달 반 정도 개를 본가에 맡기며 개와 관련된 용품을 전부 깨끗하게 씻었더니, 개의 냄새가 다시 밸 때까지 개 입 냄새가 제대로 나더란다. 그걸 보며 개에게 자기 영역 표시는 매우 중요하구나. 이런 걸 느꼈다나.
 이렇게 생각하면 인간이나 짐승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느껴지는 에세이집. 귀여운 그림과 다정한 에세이는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부드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종종 보이고는 하는 ‘이렇게 귀여운데 왜 사랑하지 않는 거죠?’ 이런 태도가 없기 때문에 아마 부담감이 더 적을 듯.
 부디 시마짱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란다. 그 즐거움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