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차별에도 굴하지 않았던 멋진 여자들] 걸 크러시1

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ㅣ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 멋진 여자들을 프랑스 웹툰 작가의 웹툰으로 만나다.
멋진 여자들의 삶을 만화로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걸 크러시. 페넬로프 바지. 문학동네.

 문학동네 블로그에서 발견한 서평 이벤트. 무측천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흥미가 생겨 신청했다. 중국 3대 악녀 중 한 명이자 중국의 유일한 여황제를 프랑스인이 다룬다니. 어떻게 다룰지 매우 신기했다.

 여성주의(페미니즘) 성향의 웹툰. 매혹적인 여자 15명의 인생을 한 권에 다루고 있다. 지면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한 명을 세세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영상을 빠르게 돌리듯, 한 명의 인생을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한 명 한 명을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각양각색의 인물에 대해 간단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책.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을 몇 명 말해보자면. 여자가 의사가 되는 건 불가능했던 그리스 시대, 남장을 해서까지 산부인과 의사로 활약했던 아그노디스. 아그노디스 혼자 산부인과 환자를 독점하자, 남자 의사들은 강간 명목으로 아그노디스를 법정에 세웠고, 아그노디스가 자신은 강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자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그노디스를 사형에 처하려고 하자, 아그노디스의 환자들이 분개해서 재판정에 밀려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크리스틴 조겐슨. 남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자각한 뒤 여자로 성전환했다고. 이런저런 구설수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지키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트렌스젠더가 그렇게 드물지 않지만, 그때만 해도 트렌스젠더가 매우 희귀했을 텐데, 온갖 선입견에도 굴하지 않고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리고 무측천. 황후로서 그리고 황제로서 긴 시간 동안 권력의 정점에서 군림했던 황제. 사실 유일한 여자 황제는 아니지만, 실권을 직접 휘두른 황제는 무측천이 유일했으니 사소한 건 넘어가자.
 무자비한 정적 숙청 때문에 악녀로 불리기도 하지만. 권력은 절대 나눌 수 없다는 점과, 무측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굳이 악녀로 부를 필요는 없을 듯하다. 외치는 실패했다는 것 같지만, 무측천의 제위 동안 백성들은 평화롭게 생활한 모양이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고대 사관들은 권력을 잡은 여자에 대한 평이 나쁘다. 아마 그 점까지 고려해서 보면, 현제라고 하는 건 무리더라도, 그럭저럭 평타는 치는 황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 시대에 살지 않은데다, 무측천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닌 터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 외에 독재 정권에 맞서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마리포사 자매라든지, 무민 시리즈의 어머니인 토베 얀손, 외세에 저항해 끝까지 왕국을 지켰던 응징가 등 매혹적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나온다.
 유명한 사람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흥미롭게 볼 수 있을 듯. 아마도? 아니면 말고.

 멋진 여자 15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 1,2 총 30명을 다루고 있으니 흥미 있는 사람은 2권도 읽어도 좋을 듯하다. 래퍼인 소니타 일리자데, 도적왕인 폴란 데비를 비롯하여 역시 각양각색의 멋진 여자 15명을 다루고 있다.
 멋진 롤모델이 찾고 싶은 젊은 여자 혹은 딸을 위한 롤모델을 찾는 어머니가 읽으면 좋지 않을까. 롤모델은 필요없지만 멋진 여자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어도 괜찮을 것 같고. 독특한 색감의 이 책과 함께한 시간이 유익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