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 관련된 매혹적인 또는 광기어린 이야기.
책에 미친 사람이라면 재미있어 할 흥미로운 소설

 

 

 

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알베르 로비다. 북스토리.
 
두 부류의 독서가가 있다. 책 수집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는 절대적인 후자.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책을 쌓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도 집도 단순한 게 좋다. 머리 아픈 건 딱 질색.
귀여우면 뭐든 용서할 수 있던 내 남편은, 드디어 고민을 시작했다. ‘바보니까 귀여우니까 괜찮아, 데헷을 외치는 아내는 귀엽지만.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지만. 이대로 계속 바보가 되게 놔두어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 계속 바보가 되다 못해 백치미가 철철 흘러넘치면 사회생활도 어려워질 테고, 최악의 경우 잘릴지도 모르고, 일단 2세 걱정도 좀 되고.
그래도 여전히 애교를 부리면 헤롱헤롱하는 남편은. 어쩌면 나 이상의 바보인지 모른다. 2. 어떻게든 되겠지. 괜찮아. 이미 부부가 게임광에 애니광에 만화광인걸로 우리 2세는 글러먹었는지도 몰라.
 
이하 스포일러 있습니다. 덧붙여서 북스토리에서 진행하는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 모이라기에 와 하고 덤벼든 건 안 비밀.
 
책과 관련된 11편의 단편을 엮은 소설.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역시 주인공은 책이다. 사람을 매혹시키고 가끔은 미치게 만드는. 그 광기 때문에 스스로도 파괴당하는.
책과 관련된 광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역시 시지스몽의 유산. 자신이 소장하는 책을 너무 사랑해서, 심지어 자신의 사후에도 책을 팔지 못하게 한 시지스몽. 시지스몽의 책들을 어떻게든 소장하고 싶은 주인공은, 책을 물려받은 여자가 미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구혼을 한다.
문제는. 이 여자는 원래 시지스몽의 약혼녀로, 시지스몽의 책 수집 취미 때문에 버림받은 탓에, 시지스몽의 책들에 엄청난 원한을 품고 있다는 점. 하물며 주인공마저 단순히 책 때문에 시지스몽에게 구혼을 했으니.
이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과 그 복수극을 막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을 보다 보면 그냥 씁쓸해진다. 그렇게라도 복수하고 싶은 여자의 심정도. 그 처절한 심정을 알면서도 막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도.
 
옥타브 위잔은 사드 후작을 발굴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디스트의 어원이 된 사드 후작.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발견해 읽어본 적이 있다. 결국 여자는 채찍질로 지배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생각보다 야하지 않다. 기대하면 진다.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케르아니 기사의 지옥은 매우 퇴폐적인 내용을 다룬 책에 대한 이야기다. 삽화도 그리고 내용도. 읽는 사람의 이성까지 망가뜨릴 정도라나. 덧붙이자면 그 시대의 명화들. 신화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은 남자의 욕망을 뒤흔드는 매혹적인 여자 나체에 대한 이야기도 스리슬쩍 튀어 나온다.
다만 묘사는 매우 불분명. 야하구나. 이 느낌은 전해오지만 정확히 어떻게 야한지는 모른다. 마지막에서 젊을 때의 열병으로 치부해버리는 것까지 보고 나면 어째 좀 열 받는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 딱 멈춘 기분.
 
그 외에도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대담이라든지. 나폴레옹의 일화를 다룬 책이라든지. 프랑스 혁명 때 수도원을 폭탄공방으로 사용해버린 탓에 소중한 책이 다 사라진 이야기라든지, 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객관적으로 책장이 사라라라라락 넘어가는 재미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좋아하면 흥미로울 이야기들.
다만. 어느 정도 책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목요 웹툰 익명의 독서중독자들처럼 책을 좋아해야 재미있을 내용. 아니면 대체 뭘 말하고 싶은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 가능성도 높다.
 
알베르 로비다의 섬세한 펜화와 함께하는 11편의 단편 소설. 책을 좋아하는 당신. 특히 책을 소장하는 당신이라면 분명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부디 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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