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추상적인 사고방식을 배워보자]생각의 보폭

생각의 보폭 - 구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위한 추상적으로 사는 법
모리 히로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18년 11월

생각을 보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고 대신 추상적인 사고를 하여야.
틀을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책

생각의 보폭. 모리 히로시. 마인드빌딩.

 이 책 서평단 당첨자 발표 글에 따르면, 얼굴을 밝히면 다음에 출간될 책을 선물로 준다고 한다. 고로 당당하게 책 사진만 인증하기로 했다. 훗. 고작해야 책 한 권에 내 얼굴을 바라다니. 내 얼굴은 비싸다고! 버럭!
 내 얼굴을 바란다면 최소한 내 연봉 정도는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초상권은 소중하다고.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추상적으로 사고해 볼 것을 권고하는 책. 언어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감각이다 보니 저자가 어떻게든 설명해보려고 고생하는 것이 책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래도 완전히는 전달되지 않아 조금은 아쉽다.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책. 이렇게 말해보고 싶지만, 저자가 구체적으로, 타인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사고방식을 글로 설명하는 건 아무래도 힘든 모양. 손가락을 들어 달을 가리키며, 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기를 바라는 부처의 기분으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다.
 고로 추상적 사고방식을 권하는 책 정도로 정리했다. 방법이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걸 읽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건 절대 무리로 보이기에.

 그래도 설명하려고 노력해 보자면. 저자는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것과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걸 비슷하다는 말로, 추상적 사고에 접근한다. 객관적으로 사고한다. 굳이 말하자면, 제3자 입장에서 사고한다고 할 수 있을까. 가령 원자력 발전소. 분명 위험하다. 하지만 또 폭발할 수 있으니 위험하다. 이렇게만 단정짓는 건 너무 감정적인 반응이지 않을까. 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는지. 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다른 발전소로 현재의 전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지. 이 모든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원자력 발전소를 반대할지 찬성할지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좋게 말하면 균형적인 사고방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는 피도 눈물도 없느냐며 매도당하기 딱 좋은 사고방식.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혼자 NO라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NO라고 말하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사람, 보통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이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감성이, 추상적 사고방식에서는 중요하다.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최대한 모든 것을 의심한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되짚어보다 보면 어느덧 추상적 사고방식이 조금은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책 내용보다는 저자가 훨씬 흥미로웠다. 분명 성공한 인생이지만,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매우 독특하다. 최근 재미있게 읽은 ‘한 번 까불어 보겠습니다’의 저자 김종현같다. 가족이 왜 꼭 붙어있어야 해? 왜 두 명을 한 번에 사랑하면 안 돼? 어떤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독특한 문제 제기가 마음에 들었다.
 고로 찾아갔다. 원래는 책 사려고 문화상품권도 챙겨갔는데(!) 정작 수다만 떨었다. 책 이야기를 나누다 서점에 놓인 즐거운 사라를 보며 눈을 반짝이며 마광수 추억까지 풀어놓았다.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어머니가 저더러 착하다고 했어요. ‘그래도 우리 딸은 착하기는 해’ 이런 어투이기는 했지만.

 서두에 영토 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독도 문제로 민감한 사람이라면 불쾌할 수 있다. 다만 저자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중립이고, 어디까지나 추상적 사고를 설명하기 위한 소재로 영토 분쟁을 예시로 든 만큼, 불쾌하더라도 책은 끝까지 잡아주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당신에게,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분명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므로.
 독특한 저자와 독특한 개념을 만나 즐겁게 읽은 책.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하고, 타인의 다양한 가치관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즐겁게 읽을 터. 아니더라도 가끔을 틀을 깬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하나 정도는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