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림을 만날 때 - 개정판
안경숙 지음 / 휴앤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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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살아 숨 쉬는 80여 점의 그림에 대한 단상
일상에서 그림을 즐기고 싶은 사람을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책

 

 

삶이 그림을 만날 때. 안경숙. 휴엔스토리.

 휴엔스토리 블로그에서 서평단 이벤트를 발견했다. 그림을 삶에 녹여 버린 그녀의 이야기가 매우 궁금해서 망설임 없이 서평단 이벤트를 신청했다.
 내게 그림은, 교양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 중 하나일 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흘러나오는 그림은 있어도, 영혼까지 뒤흔드는 그림은 아직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야기가 매우 궁금했다.

 이 책에 나오는 80여 점의 작품 중, 내가 알던 건 정말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는 화가조차 손가락에 꼽는다. 나름대로 찾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난 뭘 했나 충격을 받다 마음을 추슬렀다. 그림 좀 모를 수도 있지! 그리고 이번 기회에 알아가면 되지.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든 그림들은 따로 적어두며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분명 “어떻게 하면 그림이 삶에 녹아들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기분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는 목적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
 다만. 저자라면 어쩐지 이런 날 이해해 줄 것도 같다. 아니 그녀의 책을 통해 그림에 대한 또 다른 눈을 떴다고 한다면, 그녀는 기뻐할 것 같다. 고로 이번만큼은 책 이야기보다는 그림 이야기에 치중해볼까 한다.
 언제는 책 이야기에 치중했는지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136쪽에 나오는 러시아 화가 이반 시시킨의 “자작나무 숲에서”. 러시아 화가. 네이버조차 제대로 찾아주지 못하는 걸 보면, 한국에서는 그다지 유명한 화가는 아닌 듯하다.
 자연을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혹자는 사진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그림이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같은 광경이라도 사진과 그림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풍경화 이야기를 하다 살짝 건드리고 지나간 정도라, 저자는 이 그림에 대해서는 긴말을 하지 않는다. 좀 더 긴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210쪽에 나오는 켈테 콜비츠의 죽음도 인상적.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그림. 사신의 손길을 느끼는 아이와, 무엇도 못한 채 지켜만 봐야 하는 부모. 어스름한 촛불이 꺼지고, 사신이 팔에 힘을 제대로 싣고 난 뒤, 부모는 지키지 못한 아이의 무게를 등에 쥔 채 평생 살아가겠지. 아이를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에 대해 조금은 짐작하기에, 그 스산함이 배가 된다.
 석판화로 찍어낸 거친 그림. 거칠기에 오히려 죽음의 잔혹함을 잘 드러낸 듯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한다면 250쪽에 나오는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 방랑자’. 안개인지 파도인지 분간할 수 없는 거친 바다도 마음에 들지만, 등만 보이고 있는 남자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바다를 감상하는 수도 있겠지만, 바다 이상으로 거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중일 수도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원리가 에디의 등을 보며 반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원리마냥 방랑자의 등에 반한지도 모른다. 뒷모습 외에는 그 무엇도 알 수 없기에, 오히려 이것저것 상상하면서.

 80여 개의 그림에 저자가 모두 몰입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덧붙여 그림에 대해 길게 말할 때도 있지만, 스치듯이 짧은 설명과 함께 지나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 멋대로 이야기를 붙여보기도 했다.
 그림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기에, 내 첨언이 오히려 책을 의도대로 읽는 것이리라 멋대로 판단하며.

 원래도 내 글은 제대로 된 서평은 아니지만, 책보다는 그림에 더 치중해버린 이번 글은 더더욱 사도에 가깝다. 알면서도 이번만큼은 다양한 화가와 그림에 대해 알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대로 물러날까 한다.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나면 좋겠다. 아울러 그림이 어려운 무언가가 아닌, 내킬 때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술관이 놀이공원처럼 즐거운 곳이 되는 날이 언젠가 나와 당신 모두에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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