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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박철우 지음 / 다연 / 2018년 10월
평점 :
10대, 20대에게 들려주는, 인생의 자유에 대해 가르쳐 주는 책
정답이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인생에서 정답을 찾는 청춘들을 위한 에세이

조금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박철우. 다연.
내가 ‘꼰대’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쓴웃음과 함께 ‘아직 어려’라는 말을 중얼거릴 때. 이제 겨우 30대 문턱을 넘었는데. 사실 나도 아직 어린데. 작년에 청소년 요금 낼 건지 질문 받았는데!
이건 순전히 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에, 동네 앞에도 차마 입고 나가지 못할 정도로 털털하게 입은 것도 모자라 커다란 책가방을 등에 매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어머니 왈. 취직하면 나아질지 알았거늘, 넌 어째 취직해도 달라지는 게 전혀 없니. 억울하다. 요즘은 머리도 매일 감고, 좋아하던 냉장고 바지도 출근 때는 입지 않고, 밖에 나갈 때는 수면바지를 기꺼이 포기하는데. 잠깐. 이건 당연한 건가. 갸웃.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저자의 나이는 많아 봐야 30대 초반이 아닐까. 20대 중후반일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을까. 특별히 나이로 차별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책 곳곳에서 아직 꺾이지 않은 자만이 품을 수 있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세상아, 덤벼라. 네가 아무리 날 지배하려 들지언정, 나는 너 따위에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느낌. 부럽다. 나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던 때가 분명 있었을 건데. 지금은 뭐.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변했다.
글과 그림이 섞인 에세이. 하지만 에세이라고 단언하는 건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책 곳곳에 시처럼 생겼지만 시라고 말하는 건 애매한 단락이 배치되어 있고, 종종 그 단락을 설명하는 긴 글이 덧붙여져 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감성을 울리는 좋은 글귀를 소개하면서, 간혹 그 글귀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인 부연 설명을 더했다고 해야 할까. 이런 글은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누가 내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월급날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아 통장이 ‘텅장’이 되어버려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지만 그래도 감사만큼은 확실하게 표시할 수 있다!
“개쌍 마이웨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 길은 고속도로일 수도 있지만, 가시밭길일 수도 있다. 이럴수록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고 다른 길과 비교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살아온 시간이 살 시간보다 훨씬 짧기에, 제대로 된 길을 고민할 시간조차 없이 떠밀려 왔기에,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한다. 내 옆의 사람들은 전부 제대로 걷는 것 같다보니, 더더욱 불안함이 엄습한다. 한 번 밀리면 끝인 세상에서, 나 혼자 밀리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손을 잡아준다. 네 인생을 살아도 괜찮아.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 서두에서 언급하듯이 아직 어리기에, 치기어린 면모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길은, 어차피 그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 고민한들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단 걸어보자. 가시밭길도 모자라 유리파편으로 뒤덮인 길이더라도, 걷지 않고 돌아선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 책은 자신의 인생을 어느 정도는 결정한 30대보다는, 10대나 20대가 읽으면 좋겠다. 특히 추천하는 연령은 20대 초반. 대기업 준비하고 공무원 준비하고 전문직 준비하느라 바쁜 건 안다. 하지만 그래도 아주 잠깐 짬을 내서 읽고,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
찬물 끼얹어 미안하지만, 모두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몇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다른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 그 다른 길이, 패배의 길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