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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내 가족이 되어줄 모든 사람은 떠나가기만 한다.
좌절의 극한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저지르는 여자의 심리를 다룬 범죄 스릴러

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황금가지.
이하, 스포일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과 전혀 관계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7년 동안 혼자 살아온 사람도 라디오에는 의지했을 정도. 그런데 여자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도, 계속 떠나간다. 떠나고 떠나고 또 떠나고. 심지어 만나려고 했으나 이미 죽어 버린 경우도 있다. 이쯤 되면 여자는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누군가와 평생 인연을 맺을 수 없는 사람인 걸까. 여자를 놓아주지 않는 ‘공황증’은, 여자의 이 불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때. 여자의 전부를 받아 들여준 남자를 만난다. 만나고 여자의 공황증은 천천히 사라진다. 이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자는 알고 보니 천하의 사기꾼에 거짓말쟁이. 하지만 여자에게는 선택지가 없다. 예상할 수 있는 불행이, 예상할 수 없는 불행보다 더 끔찍하기에.
“그녀가 받은 유일한 답은 더 깊은 어둠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밤과 친구가 될 것이다.”
책 마지막 장에 나오는 이 두 문장은, “우리가 추락한 이유”에 대한 대답으로, 더할나위 없이 충분하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처음 덮고,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한 번에 와닿지 않았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다양한 상황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여자가 남편에게 총을 쏜 뒤, 상황은 매우 급격하게 변한다. 배신과 반전은 이 책에서 흔한 일이다. 나중에는 뒤통수를 맞아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그렇다 보니 정작 이야기의 주제가 무엇인지 말할 수가 없었다.
책 내용을 되새김질했다. 되새김질하면서 생각했다. 범죄 스릴러의 대가인 루헤인은 이번에도 범죄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심리스릴러 쪽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한 명의 여자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여자를 어떤 식으로 끌어내리는지. 그리고 그 추락의 최종 동기는 결국 ‘사랑’이다. 우리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보내는 바로 그 ‘사랑’.
몰입해서 단숨에 읽었던 소설. 화려한 활극을 원한다면 약간 심심할 수도 있지만, 심리묘사와 계속되는 사건 전개가 읽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을 테니, 흥미가 있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