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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평점 :
오래된 옛 사진관에서 살게 된 소년. 심령 사진 해결 의뢰를 받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책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006/pimg_7445092552021185.jpg)
고구레 사진관 상. 미야베 미유키. 네오픽션(자음과 모음)
상. 하. 같이 쓸까 따로 쓸까 망설인 끝에, 따로 쓰기로 했다.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된 상권과 달리, 하권은 개인적으로 구한 책이기도 하고. 책에 담긴 4편의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욱여넣을 자신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평소와 논조 문투 등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주인인 고구레가 죽은 뒤, 더는 영업하지 않는 매우 낡은 사진관. 하지만 주인공의 부모는 그 낡은 사진관이 마음에 들어 구입하고, 가족 전원이 사진관에서 살게 된다.
그 사진관에서 주인공은 또래 소녀에게 사진 한 장을 받는다. 모두가 웃고 있는 사진에는, 한 명의 울고 있는 ‘유령’이 보인다. 이 사진관에서 찍힌 기분 나쁜 사진이니,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 주인공은 소녀에게 받은 사진을 토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탐문을 거쳐, 울고 있는 사진의 주인공을 찾아낸다.
소년이 심령 사진 전문으로 알려지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와아. 이렇게 모두 행복해졌습니다. 이러면 좋을 텐데. 주인공에게는 또 일거리가 날아든다. 이번에는 이제는 헤어진 약혼자가 찍어준 가족 전원이 울고 있는 괴기한 사진. 심지어, 사진이 찍힌 당사자와는 직접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마저 걸려있다. 약혼자와 헤어져 상심하는 당사자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이유로.
주인공은 고민 끝에 사진에 찍힌 당사자와 직접 연락하고, 사진을 찍어준 전 약혼자를 만나러 간다. 그리고 약혼자가 당사자와 헤어진 이유를 알고는, 그 둘을 다시 엮어주게 된다.
와. 이렇게 다시 모두는 행복해졌습니다. 이러면 좋겠지만. 하권이 남아있다.
줄거리를 보면 알겠지만, 사진과 얽힌 각 이야기는 그 자체로 완결된다. 다만 주인공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진다.
주인공의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에서 일하는 여직원의 자살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그 여직원과 사이가 미묘하게 진전된다든지. 고구레가 사진관에 계속 유령으로 나온다는 말에 주인공의 동생은 흥미를 보인다든지. 죽은 여동생 때문에 동생에게 특히 집착하는 어머니라든지. 과연 이 이야기가 하 권에서는 어떻게 튈지, 기대를 북돋아준다.
신비로운 하지만 따뜻한 이야기, ‘고구레 사진관’. 가끔은 부족하고, 가끔은 씁쓸한 행태도 보여주지만, 그래도 저자가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따스하기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상편 그 자체로도 완결성이 충분하지만, 그래도 굳이 하편을 구한 건 그 때문. 이 등장인물들이 어떤 완결을 맞게 될지 알고 싶어졌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잔잔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일품. 아울러 일본 소도시 특유의 느낌도 엿볼 수 있으므로,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고구레 사진관’은 2010년에도 한 번 출간되었기에 읽어본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개정판을 쥔 채 그때의 추억에 접어들어도 괜찮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