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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일라나 쿠르샨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8년 6월
평점 :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일라나 쿠르샨. 살림.
살림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된 서평으로, 평소와 논조, 어조 등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책 띠지에 “페미니즘에 대한 지적 논쟁”이라고 적혀 있기에, 책 인증샷만 올린 뒤 일단은 방치해 두었다. 직장일로도 충분히 바쁜 주중에, 머리 아플 책을 읽으며 자기 학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자인 일라나 쿠르샨은 분명 페미니스트지만,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여성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의 절대 다수는 탈무드에 대한 저자 나름의 생각과, 그런 생각이 나오게 된 그녀의 인생 역정. 가치관, 신념, 기타 등등이다.
탈무드를 공부하는 목차 순서에 맞추어 책이 구성되어 있고, 탈무드 해석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므로, 탈무드를 알고 있다면 책의 내용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탈무드를 모른다고 해서 책을 즐길 수 없는 건 아니다. 가령. 원래 탈무드는 여자는 공부할 수 없었다. 저자인 쿠르샨의 평가에 따르면, 탈무드는 여자를 강간의 대상이자 정복의 대상, 그리고 악의 축으로만 보고 있다. 지금은 여자도 탈무드를 공부할 수 있지만, 그걸 고깝게 보는 사람도 충분히 많고 한 때는 공부방에 그녀 한 명만이 여자인 때도 있었다.
탈무드를 모르더라도, 그녀가 툭툭 던져주는 이야기를 통해, 탈무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피상적이나마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탈무드를 한번 읽어보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축약본 말고, 완역 변역서로.
탈무드에 전혀 관심이 없다 해서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다. 이혼 후 두 번의 연애 끝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도하기도 했고, 채식주의나 여성주의와 관련된 그녀의 가치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가령 그녀는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다. 다만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아이가 채식주의자가 된다면 환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일단은 고루고루 먹어주면 가장 기쁠 듯하다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강요해야 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악’으로 몰아붙이는 사회에서, 네 인생은 네 것, 내 인생은 내 것이라고 하는 말이, 매우 와 닿았다.
남녀차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 탈무드가 남자중심적인 책이라는 점은 그녀도 공감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탈무드를 악으로 몰아가지는 않는다. 시대는 바뀌기 마련이니, 탈무드의 해석 역시 시대에 맞추어 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런 담담함이 취향이었다.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한국에서는 알기 어려운 탈무드와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로, 혹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에세이로 읽어도 족한 책.
어느 쪽이든 읽었을 때, 당신에게도 내가 느낀 여운이 전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