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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처럼 소통하라 - 편지로 상대의 마음을 얻은 옛사람들의 소통 비결
정창권 지음 / 사우 / 2018년 8월
평점 :
조선시대 위인들의 편지 소통 방법
익숙한 인물을 익숙하지 않게 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정조처럼 소통하라. 정창권. 사우.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으로, 평소와 논조, 어조, 문투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불통의 시대. 조선시대 소통법을 보며 소통의 방법을 알아봅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낸 책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매우 자세하게 풀어서 쓰고”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말투를 구사하고” “부모 자식 간에도 솔직하고” 등등 조선 시대의 소통법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가령 이 책의 메인을 차지한 정조 같은 경우, 정적에게도 솔직한 기분을 듬뿍 담은 편지와, 배려를 담은 선물을 꾸준히 보내 마음을 차지하려고 노력했고. 정일당과 윤광연 부부의 경우 쪽지 편지를 통해 서로 학문을 높여가는 아름다운 부부애를 과시했고, 다산이나 퇴계의 경우 편지를 통해 먼 곳에서도 꾸준히 자식과 소통하며 가문을 관리했다.
와아.
그렇기는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버렸다. 지금 시대에 대통령이 이모티콘 쓰면서, 비속어 섞어 가며 편지 쓴다고 해보자. 아니, 편지 정치했다는 게 들켰다고 해보자. 정조가 하면 소통이지만 대통령이 하면 불통도 그냥 불통이 없다.
다산이나 퇴계의 경우에도. 말끝마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퇴계는 과거 공부 안 한다고 아들과 손자를 못살게 군다면, 다산은. 폐문(과거를 볼 수 없는 가문)이 되었다는 자괴감 때문인지, 학문으로라도 가문을 부흥시키기 위해 아들을 못살게 군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 아버지와 아버지 형제들이 천주교 믿어 가문 망해버린 다산의 아들들로서는 어이가 많이 없지 않을까.
그런 관계로. 시대가 달라진 것도 있고, 저자와 나와 사고방식이 다른 점도 있다 보니, 소통보다는 역사적 인물의 다른 면모를 보는 즐거움으로 읽었다. 아들인 광해군에게는 그토록 악독했던 선조가 사실 딸 바보라는 점이라든지. 정신지체 아내를 두어 집안일에까지 능숙해진 퇴계라든지. 너무 능숙해져서 재산을 팍팍 불렸다는 이야기는 어째 좀 서글펐지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정일당과 윤광연 부부 일화.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본인도 열심히 성리학 공부를 한 아내. 남편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이런저런 충고도 착실해 해주는 멋진 아내님.
남편인 윤광연은 아내가 죽고 “나의 스승이 죽었으니 앞으로 의심나는 것이 있어도 누가 그것을 풀어주겠는가” 이런 말까지 남기며 꺼이꺼이 운 것도 모자라 사후 아내의 글을 정리해 문집으로 냈다고 한다. 주변에서 팔불출이라고 무어라 하는 말은 상큼하게 무시하고. 그 아내에 그 남편, 그렇게 생각했다.
글에서 언급한 사람 외에도 익숙한 역사적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나의 누구는 이렇지 않아! 이렇게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비폭력운동으로 유명한 간디는, 사실 맨몸의 여자를 침실에 들이는 악취미가 있었다고 하니. 절대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이런 마음으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조선시대 소통법이 궁금한 사람, 혹은 옛 인물의 낯선 면모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