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으로 본 세계사 - 판사의 눈으로 가려 뽑은 울림 있는 판결
박형남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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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재판을 통해, 지금을 생각해 보기

 

 

 이번에도 재판이다. “세기의 재판”을 본 게 8월 4일이니 16일만. 이 정도면 법 관련 서적 꾸준히 읽고 있다며 뿌듯해 해도 되겠지. 덜 아문 상처 꾹꾹 찔러가며, 잘 아물고 있나, 확인하는 기분이 아주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이러다 덧나면 삐져버릴 테다.

휴머니스트 서평단 이벤트로 받은 책. 고로 간만에. 이 책은 평소와 논조 및 어조 등이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간만에 써보는 멘트다. 광복절이 껴서 그런가. 책들이 안 오더라고. 당첨된 게 언젠데. 기다리다 지쳐서 데굴거릴 때쯤, 금요일에 우르르 택배 문자를 받았다. 뭐. 열심히 읽으면 되겠지. 아마 내일(8.21)까진 다 읽지 않을까. 어디선가. 대체 넌 책을 읽는 거냐. 아니면 흡입하는 거냐. 이 질문이 들리는 것 같다. 나도 궁금하다.

 “세기의 재판”을 읽기도 했고. 예전에는 세계사 좋아했다. 정말이다. 로마인 이야기 그 긴 걸 읽어댄 게 나다. 고로 아는 사건이 대부분이라 쉽게 읽을지 알았는데. 현직 판사 시선에서 본 재판은 또 다른 느낌이어서. 이 재판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신기해하며 읽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은, “변론”으로도 읽어서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 않나 싶은데, “세기의 재판”과 “재판으로 본 세계사”가 또 다른 해석을 해준다. 한 사건을 이토록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다니. 사람 자체가 어쩌면 소우주인지도.

 이하는 그냥 특히 재미있게 읽었던 사건 중심의 짤막한 감상. 저자 나름대로 중요하다 싶은 재판 기록을, 자신의 감상과 함께 서술한 책입니다. 이 재판이 어떤 사회 맥락에서 튀어나왔는지 알게 되면 재미있을 겁니다. 특히 현재와 연계시켜 읽으면 더더욱 유익할 겁니다! 라고만 쓰면 내가 심심하니까.

 휴머니스트의 미리보기에서도 이미 읽었던 마르탱 게르 사건. 8년 만에 돌아온 남편이 사실은 가짜 남편?! 진짜를 사칭한 가짜 남편은 사형당해 버린다. 특이하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크게 영향력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는데.
 예쁘고 젊은 여자. 하지만 여성 인권은 개나 주던 시절이니. 남편은 갑자기 집 나가 버리고. 혼자서 괴롭게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편. 어떨까. 설령 가짜라는 걸 알았어도 침묵하고 싶지 않을까. 이대로 진짜가 안 나타나면.
 가짜 남편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여자는 몰랐다고 여자를 감싸준 뒤 죽었다고 한다. 흠흠. 이 정도면 매우 아름다운 사랑 아닌가. 에잇. 돌아온 진짜 남편, 왜 돌아온 거야! 평생 돌아오지 말지.

 미국 세일럼의 마녀재판. 마녀재판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 재판이 “주홍글씨”와 관련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주홍글씨” 멋모르고 한 번 읽은 뒤, 정말 재미없어서 집어 던졌다가, 명작도 못 알아보면서 애서가라고 자칭할 수 있는가 하는 기분으로 다시 읽었었다. 마지막까지 읽은 뒤, 목사가 나빠! 이러며 덮었는데.
 이제 전후 맥락도 알게 되었으니, 또 다시 읽으면 “주홍글씨”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됐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읽고 싶은 책은 아니다. 고전 싫어한다.

 드레드 스콧 재판. 흑인은 백인과 달리 열등하므로 재판할 가치가 없다는 판결이다. 미국 재판사 최악의 재판이라고. 팽크허스트 재판, 아이히만 재판과 함께 차별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판결. 팽크허스트 재판은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해 노력한 영국 여성에 대한 재판 기록이고, 아이히만 재판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
 옳지 않은 재판도 많다. 왜 하필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 못 하는 재판도. 재판관을 욕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이런 재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곱씹어 보는 것도. 아마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었겠지. 있었을 거야. 있었다고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찰스 1세 사건. 이것도 유명한 사건이라, 이미 알고는 있는 재판이기는 한데. 두 건의 탄핵 심판과, 친일재산 환수에 관한 사건을 떠올리며 읽었다. 판결 자체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정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친일 재산 환수의 경우, 이후 대법관에게, 어떻게 일제 때 모은 재산에도 재산권을 인정해 줘야 하느냐며 질타했다고 하던데. 재산권의 경우 소급효가 인정 안 된다는 헌법 규정이 있다. 법률을 위헌으로 규정하는 건 몰라도, 헌법을 위헌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 않나. 결론은 헌법을 좀 바꿉시다. 장애인의 노동권도 넣고, 경찰과 군인도 손해배상 받을 수 있게 하고, 친일재산의 경우 소급효 부정하고. 헌법 바꾼다는 말만 무성하고. 언제 바꿀 거야. 

 하여튼. 재판과 세계사를 연결 지어 서술한 책.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가 있으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현직 판사가 서술했기에 좀 더 자세하게 들어간다. 법에 대한 지식이 종종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읽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듯.
 결론은 세계사 좋아하거나 법 좋아하거나, 사회에 관심이 많다면 읽어보세요. 땅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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