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 나쓰카와 소스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독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회사 자료실에 내내 꽂혀 있었는데, 별 흥미는 없었다. 그냥 표지에 나오는 고양이 귀엽네 정도. 그런데 이번에 보니 출판사가 아르테다. 아르테 책 재미있는 것 꽤 있던데. 그러면 한 번 읽어볼까.
휴머니스트는 생각할 만한 책을 잘 뽑아낸다면, 아르테는 가볍게 읽을 만한 걸 잘 뽑아내는 것 같다.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이라든지, “잘돼가? 무엇이든”이라든지.
 
  이 책을 챙긴 건, 순전히 헌혈 할 때 읽을 책이 필요했기 때문. 성분 헌혈의 경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시간을 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한 손으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메모가 필요한 책은 안 된다. 어디까지나 가볍게 넘길 만한 것. 그래서 소설로 택했는데.
 
  책 자체는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무난한 모험 활극이자, 성장 스토리다. 원래는 침침했던 소년이, 자신만의 알을 깨는 모습을 미소와 함께 지켜볼 수 있다. 머리를 써가며 고민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갈 소설은 아니다.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특히 자칭 애서가인 나로서는 찔릴 만한 부분이 꽤 있다 보니. 소설은 원래 메모 거의 안 하는데, 이 책은 예외를 깨고 몇 개 해두었다. 다 읽은 뒤,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
 
  책 안 읽는 시대다. 읽어도 가벼운 책 혹은 자기 계발서 위주. 요약 서비스도 유행하고 있다. 정말 책을 좋아해서 읽는다기보다는, 내가 이만큼 읽는 사람이다. 내세우기 위해 읽는 사람도 많다. 정말 책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이 이상 서글픈 일도 없을지도.
 
  내 독서는 어떨까. 생각할 만한 책을 아주 안 읽은 건 아니지만, 역시 가볍다.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 대부분이다. 자기 계발서도 꽤 많다. 제대로 된 애서가라고 해도 될까. 거기다 한 권 한 권이 스쳐 지나가는 속도도 빠르다. 심하면 한 시간도 안 되어 한 권을 다 읽을 때도 있다.
제대로 된 독서가라고, 자부해도 되는 걸까. 나는 정말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한다고,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건가. 책에서 지적하는, 책을 가두고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닐까.
 
  모르겠다. 다만. 좋아하는데 이유를 굳이 붙일 이유는 없을 듯하다. 옳고 그름을 나눌 필요도 없을 듯하다.
  독서 모임에 가입할 때, 나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소개했다. 그 책이 좋다고 생각한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내가 어떤 방식의 독서가인지 설명하고 싶었다. 긴 말 보다는 역시 책 한 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소년이, 주변 인물의 도움으로 어떻게 성장하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면 분명 마음에 들 책. 이 책도 꼭 한 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본인이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즐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