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존감으로 고통 받는 자신을 솔직히 드러낸 책
나는 어딘가 망가진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단지 난 그들만이 풍길 수 있는 독특한 매력에 아주 잠깐 호기심을 느꼈을 뿐이다. 그 강렬한 호기심을 사랑으로 착각했다. 그러니 호기심을 채운 즉시, 매몰차게 등을 돌려 버린 거다.
나는 절대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그 사실만큼은 매우 잘 알고 있기에.
저자는 그 무엇도 감추지 않는다. 상담을 통한 투병 기록이기에,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 자신의 생각을 감정을 매우 솔직히 드러낸다. 솔직하다는 건 좋은 거다. 감추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거다.
다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저자를 절대 감당할 수 없다. 저자의 이야기가 절반도 진행되기 전에, 안색이 파리해진 채, 갑작스러운 약속을 만들어 낸 뒤, 도망쳐 버릴 거다.
야박하다고 해도 좋고, 잔인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사람 만나, 나를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가장 소중하다. 할 수도 없는 일에 매달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공감 가는 주제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나도 저 사람이 날 정말 좋아하는지 궁금해 하고 시험하기도 한다. 내 일 처리에 대한 핀잔을 나에 대한 실망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며 난 왜 저렇게까지 못하나 비하할 때도 많다.
거기까지다. 그 감정을 질질 끈 채, 나는 글러먹은 인간이야, 틀어박히지는 않는다. 아니 내가 정말로 글러먹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실수도 많이 하고, 주변에 폐도 많이 끼치고 있고 뺀질거리면서 일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게 내 전부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은 부족하다. 그걸 인정할 뿐.
이래 보여도 날 꽤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 정말이다.
저자가 나쁘다고 하는 게 아니다. 아픈 자신을 아프다고 드러내는 건 정말 대단한 거다.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런 걸 블로그에 올려 타인에게 내보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실명으로 책까지 냈다. 대단한 결단력이다.
그래도 내 취향은 아니다. 난 자존감 바닥 기는 사람 싫고, 중심 없는 사람 싫고, 타인에게 매달리는 사람 싫다. 싫은 건 싫은 거다.
공감해보려고 노력했다.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안 된다. 무리다. 설령 비슷해 보이는 게 있더라도, 그걸 바라보는 태도가 다르다. 그냥 나와 다른 생물이다. 이해를 포기하니 오히려 편해졌다. 그렇다고 싫은 게 좋은 걸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아픈 사람이 쓴 책인데 너무 매몰차게 싫다는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닌가 반성했다. 저저가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내 취향이 아닐 뿐이다. 내가 뭐라고 옳고 그름까지 판단하겠나.
너무 힘들어 죽겠는데. 주위에 나 같은 인간밖에 없어서 위로를 전혀 받을 수 없으면 읽어보는 것도. 아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이러면 위안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