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N 난 이래, 넌 어때? - 보통의 어른들에게 안부를 묻다 빨강머리N
최현정 지음 / 마음의숲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N이 들려주는 나의 이야기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을 4월 중순에 읽었다. 독서 동호회 공통 도서였다.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았던 터라, 그 간질간질함 정말 낯설어서, 이걸 사람이 읽으라고 낸 건가 생각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건, 매우 저항감이 강하다. 왠지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나와는 절대 안 맞는 것 같고. 하지만 해보다 보면 어, 이건 괜찮네. 이럴 때가 있다. 내 독서가 중구난방인 건 그 때문.
 평소에는 절대 안 읽을 책인데. 하지만 재미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럴 때는 안 되면 저자와 출판사를 욕하자, 이 마음가짐으로 책을 집어온다. 건질 때도 있고 못 건질 때도 있고. 그래도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나가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자존감 수업’은 회사 책인 터라, 돌려주면서 회사 자료실을 훑어보는데 이 책이 보였다. 또 빨강머리앤이냐. 앤 좀 그만 괴롭혀. 이런 마음으로 툭 집어 왔다.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과 관련 있는지 알았는데, 거의 없다. 에세이라는 사실만 비슷하다. 굳이 따지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와 더 유사하려나.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삶의 태도라든지, 아니면 그림 에세이라는 점이라든지.
 30대 중반 여성. 미혼. 남자친구 예정 없음. 삽화와 함께, 생각을 풀어놓고 있다. 둘째 딸, 샌드위치로서 겪었던 서러움. 20대에는 통금이면 짜증을 냈던 친구들이, 30대가 된 뒤로는 통금을 반기는 모습. 2년마다 전세 전쟁을 치르는 모습 등. 그냥 마음에 드는 부분 골라서, 한 꼭지 편안하게 읽어보면 되는 책.
 에세이는 저자의 주관이 가장 깊게 녹아 나오는 글이라, 무어라 덧붙이기 곤란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사는구나. 이 즐거움으로 읽는 책이지 특별히 뭘 하겠다는 생각으로 읽는 게 아니다보니.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던 건, 저자가 카페 근처에서 겪은 에피소드. 갑자기 이상한 남자가 저자의 팔을 잡더니 끌고 가려고 하더란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남자들이 도와주었다고. 당차게 먼저 끊어 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한 자신이 서러웠다고.
 그 말미. 내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저자는 질문한다. 다 늘어진 티. 화장 안 한 모습. 전혀 색기 없는 모습이었는데. 그래도 이런 일 당했는데, 그럼 대체 뭐가 문제였냐고. 정말 잘못해서 잘못했냐고 물은 건 아니겠지. 무슨 일만 터지면 여자의 행실부터 문제 삼으니,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겠지.
 범죄 피해자를 책망하는 것 웃기지 않나. 주의할 필요는 있지. 그렇다고 해서 그러니 범죄나 당하지. 이건 진짜 아니다. 저지르는 인간이 욕먹어야지 왜 피해자가 욕을 먹어야 해.

 하여튼. 단순히 아는 책과 제목이 비슷해서 읽었는데, 이건 또 이것대로 재미있었다. 사고방식이 같은 부분은 공감하면서, 다른 부분은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앤 그림, 내 취향 아니었는데, 보다 보니 은근 귀엽더라. 예전에는 무조건 예쁘기만 한 그림이 좋았는데, 요즘은 개성이 잘 묻어나는 그림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헷.

 30대 중반. 저자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면 특히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난 이미 남편도 있고, 연애도 오래 해 보았고. 맏이라서 특별한 남녀차별도 안 겪었고. 성실과도 거리가 멀어서, 다른 부분이 더 많다 보니, 신기해하면서 읽은 부분도 꽤 된다. 재미없었던 건 아니지만.
 에세이는 공감하며 읽어야 제 맛이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아마 분명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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