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그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다나카 이치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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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을 고려해서 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갈릴레오 재판.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지동설 좀 주장했기로서니, 할아버지를 로마에 불러서는, “감히 지동설을 주장해? 너 이단!” 이렇게 선고한 것도 모자라 “천동설이 진리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지동설 생각도 하지 마”라고 강요하고. 우리 불쌍한 갈릴레오. 참담한 심정을 부여잡고 재판장을 나와서는, 그래도 땅을 보며 아주 작게 속삭이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이단재판소는 무조건 악. 갈릴레오는 무조건 선. 저자는 이게 참 싫었나 보다. 그래서 교황청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기록을 공개하자, 그 공개 자료를 연구한 뒤, 이단재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절차까지 꼼꼼히 공부해서, 갈릴레오 재판이 일반적으로 아는 것과 다르다고 적은 책이다. 유감스럽게도 자료 소실이 상당해서, 완전히 복원할 수는 없단다. 갈릴레오를 매우 좋아한 나폴레옹 때문에 상당수 자료가 유실되었다고.
 
 지구가 돌든 태양이 돌든, 뭐가 그리 중요한 문제라고. 지금 시대에 생각하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재판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 특히 교황 입장에서 지동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이었다. 교황이 성경만 읽다 머리가 굳어버렸기 때문. 이건 분명 아닐 거다. 그 시절 교황은 종교인이면서 동시에 정치인이었으니, 오히려 유연했을 터. 본래 교황, 갈릴레오에게 호의적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성경에서 인간은 매우 특별한 존재다. 신이 직접 자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었고, 만물을 지배할 권한도 주었다. 인간은 우월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는 이 지구 역시 우월하다. 신이 직접 선택한 곳이니.
 천동설을 채택했던 건, 당시 사람들 눈에는 지구가 아닌 하늘이 도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유 외에도, 성경의 인간 중심 사고방식이 분명 녹아 있었을 터다. 신께서 우리를 택하셨으니, 우리가 분명 이 우주의 중심일 거야.
 지동설은, 신께서 우리를 선택하셔서 우리를 특별하게 해주셨다. 성경의 진리 자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신께서 우리를 택하셨는데, 이 위대한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사실은 다른 별 따위나 돌다니. 그러면 우리 위대하지 않은 거야?
 눈에 뻔히 보이는 걸 어떻게 외면하느냐. 이럴 수도 있겠는데. 당시는 망원경이 막 발명된 시기여서, 아직 신앙을 뛰어넘을 만큼 과학이 신빙성 있지도 않았다. 확고하게 갈릴레이가 옳다, 그렇게 말하기도 애매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에서 갈릴레오 재판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그동안은 중세 시대는 이해할 수 없어,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당시 교황청에서는 꽤 중요한 문제였구나. 이해했다고 해서 갈릴레오 재판이 옳다고는 하지 않겠지만, 무작정 비난할 생각은 안 든다.
 다만. 이 책 읽으면서 꽤 불편했다. 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과거에 생각 없이 했던 말. 행동 하나가 최악의 상황을 불러오는 모습이. 이익이 역사는 시와 때와 운이 맞아야 한다고 쓴 이유를 알 것 같다. 정말 역사는 모른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꼬이고 꼬여서 상황이 최악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싫다.

 어찌 되었든, 갈릴레오 재판을 다시 생각할 수 있어 좋았던 책. 당시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갈릴레오 재판에 대해 다시 보고 싶다면, 읽어도 좋지 않을까. 약간 딱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르던 걸 알아간다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런 것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재미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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