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만 썼을 뿐인데 삶이 바뀌다 - 삶이 바뀌는 아침 10분 글쓰기의 기적
이창미 지음 / 더로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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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10분 글쓰기

 

 시작하기 전에 말해두겠다. 이 책 객관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자 하는 책이 무엇이 나쁠까.
 글쓰기를 시도해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자기 연락처까지 알려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이렇게까지 저자는 친절한데.
 혹시 용기를 잃을까봐, 저도 힘든 처지였지만, 열심히 아침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시인도 되고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니며 지내고 있어요. 그러니 여러분도 하실 수 있어요. 의욕도 고취해주는데.
 잠깐. 쓰다 보니 괜찮은 책이잖아. 갑자기 자기 혐오가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괜찮다. 내가 자기 혐오로 부들부들 떠는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 남편은 날 보며, 넌 다른 건 몰라도 자기 비하와 자기 혐오는 안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데. 뭔 말이야. 내가 얼마나 자기 비하와 자기 혐오로 똘똘 뭉친 인간인데. 단지 이제 익숙해서 크게 신경 안 쓸 뿐이다. 그래. 뭐. 저러다 말겠지. 이 정도. 일일이 신경 쓰면 비참해서 못 산다. 이불 뒤집어쓰고 울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은 8.13. 5:9 지금 울면 출근할 때 눈이 퉁퉁 부어 있을 듯. 곤란하다.
 하여튼. 이 책에 대해 호평할 생각이 없는 건. 저자 태도가 매우 거슬렸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글을 풀어나가는 태도가.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 굳이 책을 낸다든지 파워블로거가 되지 않더라도.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면, 날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대략적인 감이 오고. 그러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 원래 그런 인간이었지. 이런 기분으로.
 다만. 정말 피치 못한 사정상 못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모두가 나와 같지 않다는 그 사실을, 저자는 인정하지 않는다.

 더 어이없는 건. 저 같은 사람도 글 쓰고 시인이 될 수 있어요. 이러는데. 저자 소식적부터 글 잘 쓰던 사람이다. 이미 학교에서 교사고 친구고 인정하던 사람. 잘 쓰던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서 몇 시간씩 글 써서 시인 등단한 거다.
 양보해서. 그래 처지는 불운했으니까. 그 처지에서도 글 꾸준히 써서 시인 등단한 건 대단하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저는 했는데, 왜 당신은 못하죠? 이런 어조 쓰는 건 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노력하면 된다는 말, 진짜 질색한다. 가령. 난 중고등학교 때, 체육 실기는 전교 꼴찌였다. 노력 전혀 안 했냐고? 체육 시간에 다들 노는데, 땀 뻘뻘 흘리며 열심히 연습했다. 학창시절에는 성실했던 터라, 되든 안 되든 일단 했었다. 그런데 그래봐야 꼴찌는 변하지 않았다. 다들 내 체육 성적만 보면 신기해하더만. 뭘 어떻게 해야 이딴 성적이 나올 수 있냐고. 내가 알고 싶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내가 아무리 목을 쥐어뜯으며 노력해도, 조수미 목소리는 못 낸다. 24시간 축구 연습해도 박지성은 못 따라 한다. 지금은 자기 비하 아니다. 각자 능력이 다르니, 그 점은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과격한 언사를 쓴 게 아닐까. 내가 지금 너무 예민하게 트집 잡는 것 아닐까. 사실 이 글 쓰기 전에 많이 고민했다. 키워라고 가끔 농담 삼아 말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누군가를 비판하는 게 마음 편하지는 않다. 나는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래도 썼다. 여간하면 고생한 것 뻔히 아는데 뭐 하러 싫은 말 하겠냐.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러고 마는데. 이건 내 기준에서 용납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섰다. 설령 저자는 그럴 의도가 없이, 좋은 걸 나누고 싶었던 것뿐일지언정.

 객관적으로 나쁜 책은 아니니, 도움 받고 싶으면 읽든지. 어떻게 하면 글쓰기 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저자 나름대로 생각 많이 했더라. 부록 도움을 받으며 매일매일 계획을 세워나가도 괜찮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이런 분은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이건 없이 넘어가겠다. 가끔은 그러고 싶을 때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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