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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ㅣ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보는, 인생의 나침반

이 책이 한참 유행하던 당시에는 이 책에 전혀 흥미가 없었다.
미움 받고 아니고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한들, 내가 싫다는 사람은 꼭 튀어나온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로도 미움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상처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내게 이 책은, 당연한 이야기 당연하게 하는 책일 뿐이었다.
취직하고 여유가 생기자 문득 호기심이 들더라. 그런데 그때 한참 유행했던 그 책, 대체 무슨 내용이었을까. 마침 “KLID 독서통신”에 이 책이 올라왔다. 고민하다 이 책으로 선택했다.
“혼자가 편한 당신에게”에도 나왔던 ‘아들러 심리학’이 나오는 것도 한 이유였다. 아들러 심리학이 무엇인지 좀 더 알고 싶었다.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지 결정하는 책. 미움받을 용기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다. 시선을 끌기 위해 의외성이 팍팍 넘치는 이 제목을 골랐을 뿐. 모두 미움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선을 확 끄는 제목이기는 한데, 아쉽기는 하다 책의 내용을 더 담아내는 좋은 제목이 없었을까.
이 책으로 검색하면 서평이 쏟아져 나올 터. 자세한 책 내용은 다른 서평에 떠넘기기로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둘 다 성격이 불같아서 한번 충돌하면 장난 아니다. 불만 말하라고 하면 한 시간 정도는 투자할 수 있다. 말 돌려 무엇하랴. 아버지 좋아하지 않는다. 둘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달아나고 싶다.
나쁜 사람은 아니다. 가정형편이 안 좋았던 터라, 어떻게 자녀를 대해야 할지 잘 모를 뿐. 가부장적이어서 아버지의 권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할 뿐. 잔정 많고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성인이 된 뒤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사실 매우 좋은 사람이다.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잘못도 있다는 사실을. 그냥 그를 나쁘다고 여기고 던져버리면 내가 편하니까. 난 나쁘지 않은데 아버지가 나쁜 거야.
관계가 불편해서 얻는 불이익. 있다. 마음 불편하고. 어머니의 잔소리 종종 들어오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 밑바닥까지 보는 건 싫다. 나 저런 인간은 아니야. 어떻게든 현실도피하고 싶다.
이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내게 나쁜 행동을 했으니 아버지가 싫다. 부차적인 문제다. 어머니는 내게 상처 하나도 안 주었을까. 단지 어머니는 좋아했으니 좋은 면만 본 거고, 아버지는 싫어했으니 나쁜 면만 본 거다. 결국 내 책임이다.
내 가치관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엄마 반성문” 이후 오랜만에 별표 5개. 생각해 볼 여지도 많았고. 지금 난 제대로 살아가고 있나. 점검하는 계기도 되었고.
제대로 살아간다는 건, 딱히 특출나고 이런 게 아니다.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좀 더 성실한 인간이면 좋겠지만. 됐다. 너무 성실하면 내가 낯설어 적응 못한다,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자.
여기서 슬슬 이런 사람이 읽으면 좋습니다.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미 많이 읽었을 책이라 이 말 하기 쑥스럽다. 뭐랄까. 고대 유물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기분이어서.
그래도 아직 이 책 읽지 않은 사람 중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인생 때문에 지치고 힘들다면 읽어보면 어떨까.
결국 내 책임이라는 말에 울컥할지도 모른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다른 자기 계발서들과 무엇이 다른지 항의하고 싶어질지도. 평소에 이런 책 읽을 때마다 까댔으니 더더욱.
다만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회가 질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개인이 져야하는 책임을 개인이 감수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서 찬찬히 읽어본다면, 분명 나쁜 시간은 아니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