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무뚝뚝한 괴짜 할아버지

 ‘츠바키 문구점’의 남작. 제멋대로고 오만하고. 하지만 싫지 않다. 사실 속정 깊은 따뜻한 사람이니까. 단순히 표현이 서툴 뿐이니까. 주인공에게 장어덮밥 사주며 츤츤거리는 모습. 실례지만 귀여웠다.
 내 눈 앞에 있다면,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화를 냈을 텐데. 소설 등장인물이 이러면 매력적이다. 이런 캐릭터가 계속 소설에 등장하는 건, 나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려나.

 극단적인 원리원칙주의자. 말은 통하지 않고 고집은 세고. 무뚝뚝하고. 하지만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진국인 매력적인 캐릭터. 오베.
 한눈에 반해버린 아내를 잃은 뒤, 혼자 견딜 수가 없어서 자살을 결심한 오베의 옆집에, 4인 가족이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좌충우돌 일상극.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들을 보며 웃어대는 재미도 있다. 작가의 필체가 경쾌하고, 일어나는 사건들도 고만고만하기에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눈먼 암살자’를 읽고 무거운 머리를 식히기에 딱 좋았다. 전자책 기준 500페이지가 넘었으니 적은 분량은 아니지만, 책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절대 ‘눈먼 암살자’를 읽은 뒤여서, 여간한 건 전부 참아줄 수 있는 정신상태가 된 것 아니다. 나는 결백하다.

분명 가벼운 책이지만, 읽다 3번 정도 울었다. 엄격한 원리원칙주의자의 사랑이 너무 지고지순해서.
 네이버 웹툰 ‘개를 낳았다’는, 주인공과 동명이가 만날 때까지는 무채색으로 진행된다. 동명이와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기 위한 기법으로서.
 이 책에서, 오베의 아내는 몇 번이고 오베의 유일한 ‘색’으로 묘사된다. 무채색 오베를 대신한 눈부신 색. 그 아내가 죽은 뒤, 오베의 주변은 다시 무채색으로 물들어버린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에는, 오베와 아내의 첫 만남부터 아내의 죽음까지 틈틈이 묘사된다. 무뚝뚝한 남자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미래의 아이를 잃고 무너진 모습도. 장애인이 된 아내를 위해 집을 개조하고 경사로를 만드는 모습도.
 처음에는 까칠하고 괴팍한 할아버지였는데. 이쯤 되면 그 괴팍함과 까칠함이 이해가 된다.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도가 마땅하지 않았겠지. 그렇다고 해도, 현실에서 만나는 건 역시 사양하고 싶다.

마음에 든 장면이 여럿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동성애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오베의 태도. 그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주고, 아웃팅 때문에 곤란해진 그를 집에 아무 말 없이 들여 준다.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을 잘 묘사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 장편 소설이라고 한다. 블로그에서 연재되던 글을 엮은 소설이라고. 일본 소설 아니면 영미 소설 위주로 봤는데. 스웨덴에도 멋진 작가가 있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찾아볼 작가가 또 늘었다.
 뻔한 내용인 건 맞다. 그래도 뻔하더라도. 가볍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소설이 읽고 싶다면 어떨까. 종이책으로 읽든, 전자책으로 읽든, 분명 즐거운 시간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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