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동서문화사 월드북 236
아돌프 히틀러 지음, 황성모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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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을 억누를 필요도 가끔은 있다

언제였더라. 네이버 뉴스판을 보는데, 독일에서 나의 투쟁을 금서로 지정했다는 기사로 보았다. 저작권은 완료되었지만, 그래도 함부로 출판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내 호기심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건 그때다.
 
  호기심은 가끔 불타오르지만, 비루한 몸뚱이는 그다지 불타오르지 않는다. 고로 꼭 손에 넣겠다. 그렇게까지 맹세하지는 않았다. 눈에 뜨이면 봐야지. 그 정도. 그런데 간만에 회사 자료실에 놀러 갔는데, 떡하니 비치된 것 아닌가.
  우리 회사 자료실의 책 선정 기준을 모르겠다. 전에는 미국 소프트 야설로 유명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도 사 두었던데. 읽지 않았다고 절대 안 했다. 궁금하면 읽는다. 안 궁금해도 읽는다. 그게 나다. 자랑은 아니다.
     
그리하여 읽었다. 일단 서두는 히틀러 자료 사진과 나의 투쟁에 대한 해설로 시작한다. 혹시 히틀러의 책을 읽고 히틀러의 사상에 공감할까봐 예방주사를 놓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 자체가, 히틀러 사상에 공감하게 어렵게 만드는 끔찍한 장벽이라는 사실을 좀 기억해주면 좋겠다. 지겨워 죽는지 알았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또 하고
  왜 모든 독일 가정에 있는 책임에도, 대부분의 독일인이 안 읽었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중언부언, 재미 더럽게 없는 책, 미쳤다고 읽겠냐. 그 당시에 사는 사람들은 재미있어 했을 것이라고?
  학자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은 책 안 좋아한다. 하물며 히틀러. 책 같은 건 필요 없어. 그건 가치가 없어. 사람을 선동하려면 연설이 최고야. 활자무용론을 펼치는 인간인데. 책 읽을 시간에 몸 움직이라고 독려하지 않았을까.
 
  별로 긴 감상 말하고 싶지 않다. 히틀러가 어떻게 잘 미쳤는지 구경하는 재미야 있었다. 하지만 그건 초반 몇 장만으로 충분하다.
  장장 1100페이지가 넘는 책. 했던 말 또 나오고 또 나오고. 알겠다고. 당신은 대중은 개돼지 이하로 취급하고. 인종우월자고. 유대인과 공산주의라고 하면 치를 떨고. 폭력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믿고. 학문 따위는 공상으로 취급하며. 어떻게든 영국과 이탈리아와 편 먹고 이 세상을 당신 뜻대로 개편하기를 원해.
  A4용지 한 장에 전부 적어도 충분할 주장이더만. 후우. 거기다 매우 극단적인 사고방식.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진지하게 읽은 사람이 있다한들, 히틀러가 정말 그런 미친 짓 저지를 거라고는 안 믿었을 것 같다. 단지. 그래. 세상에는 미친놈이 언제나 있는 법이지. 미친놈이 있다고 해서, 그 미친놈이 정말 미친 짓을 대대적으로 벌일 거라고 믿는 건 힘들지 않나.
 
  히틀러 자서전을 읽으며 히틀러가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알고 싶다. 모르겠다. 당신 마음대로 해라. 히틀러 이해하는 데는, 이 이상의 책이 없는 건 사실이니까.
  다만 당신이 정말 시간이 썩어 나서. 그래 가끔은 미친 짓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마음가짐이면 관둬라. 내가 진짜 중반부터는, 읽지 마. 시간 낭비야. 읽어 봤으니까 하는 말이야. 이 소리 하려고 읽었다. 뭐 하는 짓인지. 세상에는 이 외에도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 있다.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reading2book”에 히틀러의 미침이 잘 드러나는 구절 몇 개를 소개해 두었다. 정 궁금하면 그걸 보든지 하고 가급적이면 호기심을 억눌러라. 가끔은 호기심 눌러도 된다. 진짜야, 믿어줘.

  나치라고 하면 치를 떠는 독일로서는 금서지정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모든 사람이 그 책을 읽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금서지정이라는 우울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부디 독일에서 금서지정을 풀어주면 좋겠다.
오히려 금서지정 안 해야 안 읽지 않을까. 독일에서 금서지정 안 했으면, 일단 나 같은 희생양은 없었을 텐데.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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