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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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현실. 당당하게 벗어나다.

 도서관에서 제목은 몇 번이고 봤었다. 하지만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무거운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킹의 소설을 빌리기 위해, 월요일 국립세종도서관에 갔다. 한 권도 없다. 전부 서고에 들어간 모양. 서고 대출을 신청하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킹의 소설은 나중에 빌리기로 하고, 일본 소설 코너를 한 바퀴 돌았다. 잠시 망설인 끝에 이 책을 집었다.
 데리고 오기를 잘 했다. 읽는 내내 즐거웠다. 다루는 주제는 가볍지 않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뒤에야 주제가 선명하게 떠오르므로, 읽는 동안에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하는 스포일러. 아무래도 이 책 이야기를 하면서 스포일러를 전혀 안 하는 건 무리다.

 다 읽은 뒤에, 책 내용을 다시 떠올리다보면,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든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는데,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 자책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자책감을 씻기 위해, 야마모토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몇 번이고 돕는다. 자살해버린 사람의 이름을 쓰고, 정체를 숨기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계속 붙잡는다. 그가 더는 스스로를 해치지 않을 때까지, 줄곧.
 어떤 보답도 구하지 않은 채. 어떤 위안도 바라지 않은 채. 목적을 달성하면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너만 그와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나는 어찌 되어도 좋다는 듯.
 모든 진상을 알아차린 뒤, 야마모토의 편이 되어주고자 했던 아오야마의 손마저 뿌리쳐버린 채, 책 후반부에서야 처음으로 감정의 편린을 슬쩍 드러내는 야마모토의 모습은 쓸쓸해보였다. 그래도 마지막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이다.

 책 주인공은 아오야마다. 겨우 성과를 냈는데, 그 성과는 믿었던 선배에게 빼앗기고, 회사에서는 제대로 된 취급도 받지 못하고.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망가졌던 아오야마는, 야마모토 덕분에 당당한 모습을 되찾는다.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회사에 당당하게 사표를 던져버리고, 새 인생을 찾아 나선다.
 “유급휴가는 다 쓰겠습니다” 밥 먹듯이 야근하고, 주말 출근까지 불사했던 아오야마가, 진정으로 자신을 아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잘 드러나는 대사라,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책을 덮고 나면, 야마모토가 먼저 떠오른다. 아오야마는 제대로 일어섰지만, 야마모토는 아직 제대로 서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다시 만났으니까. 이후 둘이 어떻게 지낼지,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살짝 떠오른다.

가끔은 도서관 서고를 뒤지며, 마음에 든 책 한 권 살포시 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상 외로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기분이 한층 더 좋아진다. 성공을 위해 자기 계발을 위해 열심히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독서는 순수하게 즐길 때가 가장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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