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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반전 - 착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
이내화.김종수 지음 / 모아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반전이 없어서 반전

눈이 뜨였다. 시계를 확인하니 3시 20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액정이 새까맣다. 폰이 꺼져있다. 충전기에 꽂아두고 잤다고 생각했는데, 충전기와 충전선이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았다. 눈이 갑자기 뜨여 다행이다.
별일 없으면 10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난다. 내 시간을 언제 확보할지 고민했는데, 밤보다는 새벽이 방해가 적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아침형 인간이라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지 않다.
처음 목표는 5시였다. ‘아침 5시의 기적’을 읽고.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어. 한참 욕한 뒤, 알람을 5시로 바꾸었다. 문제는 출근 준비하는데 한 시간 쓰고 회사 도착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순수한 내 시간은 정작 얼마 되지 않는 거다. 4시로 기상 시간 바꾸어 버렸다. 지금은 외국어 공부하고 서평 쓰고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즐기고 있다. 대신 근무 시간에 졸리다.
자기계발서다. 어떤 시대든, 손해 보더라도 성실하고 우직한 사람이 결국은 성공한다는 책. ‘현실적인 반전 메뉴얼’ 공개한다며?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이야기를 뭘 새삼스레 반전이라고 공개하는 거냐.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표지의 낚시만 무시하면 책은 괜찮게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예시가 풍부하다. 각지의 성공한 사람들의 예시를 상자 처리해 수록해 두었는데, 저자의 핵심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사례들이어서 저자의 주장을 더욱 강화해준다. 덧붙여 가독성도 높아진다.
두 번째. 이 책은 모든 것을 숫자로 표기하고 있다. 가령. 지혜를 얻는 5가지 방법. 전문성을 얻는 8가지 프레임 등. 딱딱 숫자로 표시되기 때문에 이후 어떤 내용이 얼마만큼 나올지 짐작할 수 있고, 이 덕에 몰입이 쉬워진다. 책보다는 강연에서 더 빛을 발할 듯하다.
세 번째. 어휘가 재미있다. ‘적자성공’. 적자성공(適者成功)이 아니다. ‘적어야 성공한다’의 줄임말이다. ‘직장팔경’. 직장인만이 누리는 호사 8가지. 강연할 때 청중의 시선을 확 끌어야 하는 만큼, 재미있는 조어로 시선을 모으는 수단을 쓰는 듯하다. 곳곳에서 ‘이거 기발한데’, 이러며 웃었다.
다만.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한다. 지금 취직 못 한 사람들 많다. 이 모두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작년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정말 열심히 하는 한 여학생을 보았다. 난 20분마다 사라지는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그 여학생은 진짜 종일 자리를 지켰다. 대체 언제 사라지나 관찰해보다, 포기했다.
혹시 자리만 지킬 뿐 딴 짓하나 싶어서 몰래 감시까지 했는데 열심히 책 보고 있더라. 나중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슬쩍 물어보니, 전부 매우 성실한 여학생이었다고 칭찬했다.
원하는 것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 씁쓸하게도. 경제 불황. 부족한 일자리. 계속 늘어나는 구직인구. 이 모든 것이 합해져, 그녀 자리는 없었다. 개인 노력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에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사회는, 그다지 좋은 사회는 아니다. 주저앉고 자책하게 놔둔다면, 일본처럼 사회에서 사라져버리는 사람들만 양성할 뿐. 그렇게 낙오되고 뒤처진 사람이 많아진 사회, 상상만으로도 서글프지 않나.
네가 원하면 네가 노력하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다.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 과정이 가시밭길이라면, 가시밭길을 밟지 못했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가시를 제거할 수 있는 도구라도 준 뒤 말하는 게 맞다. 피투성이가 된 채 헤쳐 나온 사람이 있다고, 너도 피투성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잔혹하다.
약간 길게 반박하기는 했지만 얻어갈 건 꽤 있는 책. 천천히 읽으며, 괜찮은 조언은 메모해가며, 마음에 든 조언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