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밑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18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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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세계사를 소재로 짓다

 

 월요일. 간만에 도서관에 갔다. 일본어 회화 수업 듣는 동안, 도서관은 거의 가지 못했다. 점심시간에 주로 다녀오는데, 일본어 회화 수업도 점심에 있다 보니.
 이번에는 소설, 무조건 소설, 하늘이 두 쪽 나도 소설. 소설을 읽겠다는 포부로 방문했다. 이왕이면 전에 읽다 만 스티븐 킹의 소설들 더 찾아 읽을 마음으로. 반납하고 반납대에 책을 올려놓는데, 이 책이 눈에 뜨였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더는 고민 없이 빌렸다.
 그리고 읽기 위해 책을 편 뒤, 알아차렸다. 이거 청소년용. 뻔히 표지에 ‘청소년용’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걸 눈치 채지 못한 난 뭘까. 왜 내가 작성한 문서가 오타투성이인지 알 것 같다. 
 서문에서 성인도 많이 읽는다는 말이 없었다면, 아마 울어버릴지도. 사실 청소년용은 이전에도 빌린 적이 있어서 이 정도로는 이제 울지 않을 것 같지만. 어째 쓰고 나니 더 서글퍼졌다.

 

 이 책 구성이 참 독특하다. 지붕. 서재. 욕실. 방부터 시작해서 정원까지. 집의 구성 부분마다 세계사 한 꼭지를 배치했다. 지붕에는 르네상스를. 서재에는 종교개혁을. 욕실에는 프랑스 혁명, 방에는 여성 참정권 운동, 정원에는 청나라 말기까지.

 시대 순으로 연결되지도, 지역 순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각 역사는 독립적으로 소개된다. 다만 중학생이면 기본적인 세계사 지식은 있을 테니, 이런 구성이 특별히 혼란스러울 것 같지는 않다.
 어머니가 딸에게 말하듯,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다양한 사진 자료 덕에 책을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중학생이 읽어도 좋지만, 성인이 읽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책이 쉽기에 오히려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듯.

 

 청자를 딸로 상정했기 때문인 듯, 곳곳에 여성주의 색채가 묻어난다. 가령 책 209쪽. 서 태후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정치가보다 더 인색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청나라 역사는 교과서 이상은 잘 모른다. ‘서 태후와 궁녀들’은 읽어보았지만, 거기 나오는 서 태후는, 인간적인 면모 위주로 묘사되기에, 역시 서 태후의 정치적 능력까지 아는 건 무리다.
 다만. 저자의 지적이 딱히 틀린 건 아니리라 생각한다. 경국지색. 나라를 흔들 만한 미인. 하지만 왕의 여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들에게 무슨 힘이 얼마나 있었을까. 왕이 받아야 할 비난을 뒤집어쓴 것에 지나지 않을지도. 조선 시대 장희빈만 해도, 숙종의 정권유지에 이용당했을 뿐, 우리가 아는 만큼 악녀는 아니었다는 연구도 있다.
 생각해볼 주제다. 사실 이런 식으로 비트는 질문 좋아한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오히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단지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가볍게 역사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 볼만한 책. 주변에 여자 중학생이 있다면 권해도 좋지 않을까. 공부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머리 식힐 시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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