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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소음을 줄여라 - 걱정과 집착에서 벗어나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법
크리스 헬더 지음, 김은지 옮김 / 이터 / 2018년 7월
평점 :
당신 인생의 고삐는 당신이 잡아라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내가 돈 주고 산 책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지, 분명 책을 읽고 또 읽고 있는데, 정작 쌓아둔 내 책 높이는 낮아지지 않더라. 안 되겠다. 이 마음으로 펼쳐 든 책. 사실 ’마션‘ 한 권만으로도 이틀은 책 안 읽어도 될 것 같은데.
‘내 안의 소음을 줄여라’ 명상 책인지 알았다. 내 안에 휘몰아치는 온갖 잡념들을 전부 제압해서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것. 마침 이 책 샀을 때가, ’고요 속의 힘‘을 읽었을 때기도 하고.
맞지만 틀렸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다. 다만 이 책에서 요구하는 건,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니만큼, 내 짐작이 아주 많이 틀린 건 아니다. 그보다 자기 계발서 제목이 ’내 안의 소음을 줄여라‘라니. 나쁘지는 않지만, 어딘지 자기 계발서 같지 않다.
우리 모두는 ’완벽‘을 꿈꾼다. 직장인으로서도. 부모로서도. 자녀로서도. 친구로서도. 하지만 그 모든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나는 왜 이럴까. 직장 동료 보기 미안하고, 부모님 보기 죄송하고.
저자는, 이런 무의미한 죄책감을 던져 버리라고 요구한다. 오히려 그 때문에, 정말 해야 할 일을 놓치고 있다고. 유치원 때. 어머니가 날 붙잡고, 유치원 다녀와서 매번 집에 혼자 있게 해서 미안해. 날 붙잡고 그렇게 계속 말했다면, 난 오히려 짜증을 내지 않았을까.
미안해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놀아주고, 유치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주고, 혼자 잘 있어 장하다고 칭찬해주는 쪽이 더 좋다.
죄책감은 전혀 건설적이지 않다. 내게도. 상대에게도. 죄책감 느낄 시간에,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는 게 더 현명하다. 그렇다고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깔라는 건 아니지만.
이 외에도 좋은 조언이 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만들고, 카테고리에 맞게 행동할 것. 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 직장에서 문서 대장 뒤지며 5년 치 문서 목록 작성했다. 전혀 즐겁지 않다. 보람도 전혀 없다.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때 카테고리가 필요하다. 직장일. 직장인으로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상황에서, 굳이 즐거움까지 찾으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성실하고 우직하게 일을 해결하면 충분하다. 즐거움은 퇴근해서 찾으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런 식이다.
그 외, SNS의 좋아요에서 자신의 자존심을 찾지 말라든지. 전략을 세울 때 장애물 위주로 세우라든지. 가령 난 운동 진짜 싫어한다. 운동을 하기 싫은 이유를 1000가지라도 댈 수 있다. 이 운동을 하기 싫은 이유가, 장애물이다.
내가 왜 운동을 피하는지, 운동을 피하는 상황을 조목조목 나열한 다음, 그 상황을 회피할 방도를 찾아보다 보면 분명 운동하지 않을까. 다만 지금은 발목이 시큰해서 운동을 피하고 있다. 이걸 피할 핑계는 없어 보이는데. 두둥.
다만 나는 원래 하지 않아도 될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도 가급적 하지 않는다. 나태함의 극치 인생이다. 이 책의 핵심 조언은 내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나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올 것 같다. 괜찮아. 쓸데없이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는 낫잖아.
불필요한 죄책감과 무의미한 사회의 강요 속에서, 대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저자의 명쾌한 말에 위안을 받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