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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의 자존감, 엄마가 키운다.

‘김미경의 인생미답’ 이런 책은 거의 읽지 않는다. 이런 강사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책은 좋아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책을 읽는 건 부담스럽다. 어디에 무슨 지뢰가 툭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다 읽고 나니 재미있었다. 김미경이라는 사람의 실제 인생은 모른다. 책에 나온 모습이, 그녀의 본모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고른 사람이, 왜 눈까지 반짝이며 책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는지. 어째서 김미경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라고 권했는지는 알 것 같다. 저번 주 세종시 종촌동에서 김미경의 강의가 있었다는데, 미리 알았으면 나도 한 번 가볼 걸 그랬다. 유익한 시간이었을 텐데.
이 책은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서 발견했다. 간만에 가보니 새 책을 이것저것 사두었다. 대부분이 부동산 책. 회사 자료실에도 부동산 서적 코너가 따로 있다. 이쯤 되면,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더라도, 책은 읽어야 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이 슬슬 밀려온다.
독서 모임에서 ‘김미경의 인생미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김미경이 정말로 좋은 어머니일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강의 준비에 바빠 집에 있을 시간 자체가 적었을 텐데, 어머니 노릇 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이 책을 빌린 건, 그 이야기 때문. 당당하게 엄마의 자존감 수업이라고 내세운 만큼, 이 책을 빌리면 그에 대한 의문을 어느 정도는 풀 수 있을 것 같아서. 책을 덮은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녀는 분명, 좋은 어머니였다고.
요즘 어머니의 소망은, 내가 하루빨리 일인분을 하는 직장인이 되는 것. 포기하라는 말에 어머니는 정색했다. 어떤 어머니가, 자녀를 포기할 수 있느냐고. 일인분을 하는 착실한 직장인 딸을 포기하라고 한 거지, 나 자체를 포기하라고 한 적은 없는데. 그래도 기뻤다.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유치원 때부터, 집 문은 내가 열었다. 집이 텅 비어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숙제도 준비물도, 내가 챙기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다. 왜 준비물 챙겨주지 않아? 이런 걸로 화내 본 기억은 없다.
어머니는 매우 쿨하다. 어릴 때부터 말했다. 네 인생 네 것이라고. 네가 살면 된다고. 이런 인생을 살아보면 어떻겠니. 조언은 해주었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기나긴 방황 속에서도 재촉하지도 다그치지도 않았다. 부딪치고 깨지면서도 딱히 굴하지 않는 건, 그 때문. 내가 선택한 인생.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는 자긍심이, 나를 뒷받침하고 있다.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딸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보상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힘겨운 인생 속에서도, 내게 그 무엇도 강요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가장 강한 사람은 어머니다.
김미경은 매우 좋은 어머니다.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다. 엇나가는 자식들의 머리채를 끌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으로 끌고 가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 옆에 붙어있지는 못해도. 집안일 전부 해주지는 못해도. 가끔은 화내고 원망해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끝까지 자녀 편이었다. 그 이상의 어머니 노릇이 대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육아서가 너무 많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정말 꼬치꼬치 설명한다. 전부 읽다 보면, 그 요구사항에 치여 쓰러져 버린다.
놓아버리면 된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냉정하게 판단한 뒤, 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하면 된다. 완벽할 수 없다. 하물며 처음 해보는 엄마 노릇, 완벽하면 얼마나 완벽할까. 헉헉거리며 아등바등 따라가는 게 고작이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스스로 상처받지 않고, 스스로 주눅 들지 않는다면. 서툴러도 어색해도 괜찮아. 단 한 마디로 자신을 위로한다면. 좀 더 여유 있게 아이를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절대 되고 싶지 않은 부모상들을 몇 개 떠올리며,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한 번 더 정리해 본다.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사회가 강요하는 이상적인 어머니상 때문에 고민하는 어머니라면, 이 책을 읽고 위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