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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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림자 아이를 바라보기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를 처음 보았을 때 당신과 나 사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인지 알았다. 어떤 식으로 타인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책.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가 타인과 거리를 두는 이야기를 아주 안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인간관계를 힘들게 하는 건, ‘이기에. 정확히는 살아오면서 받은 트라우마가 만든 왜곡된 의식, ‘그림자 아이때문. 이 억압된 그림자 아이를 직시하고 풀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인과 제대로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어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그런 점에서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는 자아 성찰에 관한 책이다. 책에서 설명하는 여러 유형의 그림자 아이를 살펴보며 내 그림자 아이에 대해 이해한다. 그림자 아이를 받아들인 뒤, 내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이상인 태양의 아이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의 아이가 바로 섰을 때. 비로소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제대로 설정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가령 그동안은 타인의 비판에 대해 화부터 냈다면. 이제는 그림자 아이가 왜 화를 내는지 살펴본 뒤, ‘태양의 아이를 통해 인정할 수 있는 건 인정하고, 그 사람이 특이한 건 그 사람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 인간관계가 좀 더 수월해진다.
 
  내 그림자 아이는 분열형에 가깝다. 이 유형은 타인을 신뢰하지 않고 인간 관계에 흥미도 느끼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사교적인 사람이 많지만 실상은 매우 배타적인 사람들. 멀리서 보면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힘든 성격이란다. 이런 성격과 친하게 지내려면, 그 사람이 그어 놓은 선을 인정하면서 천천히 담을 허물 수밖에 없다나.
  뭐,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부모님부터 인간관계에 큰 흥미가 없다. 정작 힘들 때는 떠나버릴 사람들. 자칫하면 오히려 발목 잡을 사람들. 어차피 내가 잘 나가면, 알아서 모일 텐데, 굳이 신경 쓸 것 있나. 이런 쪽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사실 그럴 만한 일이 집에 몇 번 있기도 했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친절해도 진짜 마음은 주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어느 정도는 담을 쌓는다. 그 담은 절대 함부로 넘지 않는다. 어떻게 치면 예의 바르고, 어떻게 치면 냉담하다. 나는 전자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아무래도 후자 같은 듯하다.
 
  내가 왜 그런 성격인지. 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날 성찰할 기회는 차고도 넘쳤기에. 다만, 인간관계를 위해 발 벗고 뛸 이유는 딱히 없다 보니.
  요즘은 낯가림 심하다고 하면, 낯가림의 새로운 정의가 생겼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색하면 오히려 말을 많이 해서 어색함을 덮어버리는 성격인데다, 사교적으로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다만 진정한 낯가림 없는 성격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걸 고려한다면,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난, 낯가림 심한 게 맞다.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면. 읽어볼 만한 책. 나를 들여보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한 번 나를 인정하면 그 뒤는 수월해진다. 내 약한 점을, 내 불안정한 점을. 계속 바라보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결국 같이 살아가야 할 소중한 동반자니까.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정 불만스러우면 오늘보다는 나은 내일, 내일보다는 나은 모래를 위해 노력하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정말 원하는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걸 보고 공익광고같은 마무리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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