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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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다시 한 번 돌아보기

 

 여성. 동성애자. 성소수자인 독일인 엠케가, 다시 극우파가 세력을 얻기 시작하는 독일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쓴 책. 우리나라도 혐오가 심해지고 있는 만큼, 시사적인 의미에서 읽으면 좋겠다 싶어 남편 회사 전자도서관에서 빌렸다.

경찰이 흑인을 죽여 버린 사건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었다. 키가 크고 덩치도 큰 그는, 싸움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 도착한 경찰은 그에게 다가와 그를 제압한다. 억울한 그가 벗어나기 위해 반항하자, 경찰은 그를 구속하고 목을 조른다.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경찰은 손을 풀지 않는다. 결국 그는 사망한다. 모든 과정은 어떤 사람이 영상으로 전부 기록하여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이 공포에 질렸기 때문일까.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매우 평온했다고. 단지 덩치 큰 흑인은 위험하다는 의식이 있고, 흑인은 목을 조르는 방식으로 제압해도 상관없기에 위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흑인에게만 저런 일이 계속되는 건 역시 밑바닥에 깔린 차별의식 때문일 터.
 하지만 저자가 가장 감명 깊어한 건 흑인이 체포되기 전 남긴 말. 오늘로 이런 일은 그만 되어야 해. 계속되는 차별, 계속되는 폭력에 대한, 저항의 말.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난민에 대해서도. 트렌스젠더에 대해서도. 그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보여주고, 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왜 그런 식의 차별이 발생하는지 원인을 분석한다. 다양한 면모를 통해 현재 혐오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그리고 혐오는 당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침해하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혐오는 언제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다. 소수자 입장에서 어째서 혐오가 나쁜지 어째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존재한다.
 
 특히 난민에 대한 부분.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민 캠프에 찾아가 피켓을 들고 시위하며,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갈 생각은 없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그들에 불행에는 공감한다.
 거기까지. 그들이 정말로 조국을 포기하고 한국을 사랑해서 한국에 평생 충성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면. 정말로 한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난민을 받아들이는 문제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이 정말 좋아서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데, 막을 이유도 없고. 국민의 조건이 인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난민들 국가가 안정되면 돌아갈 사람들이잖나. 한국에 온 건 단순히 한국에서 일하면 한 몫 단단히 벌 수 있기 때문이고.

난민 복지,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원래라면 다른데 써야 할 돈, 난민에게 쓰는 거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다르지만. 최소한 사람이 안전한 곳에서 살아야 하지는 않겠냐는 인도적인 이유로.
 우리 지금 그럴 여유 있나. 북한 국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말도 달라졌고 문화도 다르고, 심지어 견디다 못해 마약 중독까지 되어버린 북한 국민.  결국 거둬 먹여야 하는 것 우리다. 그 돈 마련할 여유는 있나.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난민 많이 거둬 먹이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인권을 위해 국민에게 참으라고 할 건가. 현재 우리도 소년소녀가정 많고,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난민을 위해 국민 여러분은 희생하십시오.
 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미국사람이 인권의식이 전부 날아가서, 세계는 어찌 되었든 좋다고 생각하는 괴팍한 괴물이어서? 생활은 힘든데, 국가가 타국을 위해 내 세금 날리고 있으니 울컥해서다.
 돈은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직장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로 한 바퀴 돌아보면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전면적인 난민 지원에 반대하는 이유다.
 
 다르니까 싫어. 약하니까 싫어. 잘 모르니까 싫어. 이렇게 딱 자르고 무조건 혐오하지는 말자. 어떤 정책에는 반대할지언정, 사람 자체에는 반대하지 말자. 다른 건 다른 거지, 틀린 건 아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책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가치는 있다.
 다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반박하고 싶어진다. 책 행간에서 ‘내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너는 인권의식이 없는 사람이야’ 이런 주장이 들리는 듯하여. 모든 문제는 복합적이다.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반대하는 사람 나름의 이유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윤리 잣대만 들이대고 비판하면 불쾌하다.
 일전에 말한 불편하게 하는 책이 있고 불쾌하게 하는 책이 있는데.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 외국인 문제는 전자였지만, 난민 문제만큼은 절대적인 후자였다. 난민 반대에 대한 이유를 길게 쓴 것도 그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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