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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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이 만약에, 고풍스러운 한지 같은 표지에 두터워 보이는 묵직한 디자인으로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도 사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신선한 향기가 풀풀 날 듯한 빛깔, 손에 기분 좋은 가로 세로 비율, 읽기 좋은 쪽 디자인은 이 책에 건포도처럼 박힌 한자의 공포를 삭여 버리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한자였을 원문을 감칠맛있게 옮겨놓아, 웬만한 독자라면 무리없이 천천히 읽을 만하다.

다산의 고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지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가장 중요한 핵심일 것이다. 예상과 달리 의외로 부담없이 몇 편만 읽어도 마음이 절로 맑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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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 트루퍼스 그리폰 북스 2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강수백 옮김 / 시공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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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니? 품절이라니,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는 정말 즐겁고도 깊은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는 책들이었다. 아직 몇 권밖에 사지 못했는데 품절이라니..이제 이 책마저도 희귀본 대열로 오르고 말았다. 요즘 SF는 왜 이 모양인지.

이 책을 샀을 때 읽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글이라면, 단편 생명성 밖에 없었던 터, 이 책에서야 그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역자 강수백 님의 맛깔나는 번역도 마음에 든다. 뭐라고 해도 이 책의 장점은 성장소설이라는 데 있지 않는가 하고 생각한다. 그 당시 하인라인의 생각이 쏟아 들어간 군국주의니 군대니 전쟁이니 하는 것의 의미는 뒤로 밀어 놓고, Powerd Suit의 놀라움과 강하병이라는 재미있는 요소, 외계인과의 전쟁이란 이것이다라는 것들은 SF사 쪽으로 일단 넘기고 말이다.

주인공은 평범하고, 무모한 아무것도 모르는 보통 소년에서 일단의 군대를 지휘하는 장교까지 성장한다. 군대라고는 평생 갈일이 없는 나도, 장교- 나아가 지휘자- 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잘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이 이 책이다. 또한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라는 것도. 하인라인의 세계에서 사람들의 책임감을 결정하는 것은 '소속감'인 것이다. 따라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그 소속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고,투표권을 얻을 자격이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군국주의이긴 하지만 약간 순수한 눈으로 우리 시대 사람들이 얻을 것을 얻는 편이 즐거우니까)

하인라인은 주인공처럼 소년 시절에 자진 입대를 하여 전쟁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그때는 전쟁의 의미가 높이 평가되던 시절이었다.(지금은 전부 no thanks지만) 또한 인간의 이성을 믿던 시절이었다.(고로 인간이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걸로 나온다) 요즘 그런 책을 쓴다면 분명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영화가 나왔을 때는 정말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터와 약간의 장면만 보고서 바로 실망했다. 주인공들이 강화복을 입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미도 마음에 안들고, 웬 육군 여자? 분위기는 왜 하필 클렌다투의 대패전 같은 끔찍한 분위기?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었다.

마치 [스타쉽 트루퍼즈]와 그 패러디격의(그러나 매우 진지한)SF인 [영원한 전쟁]의 냉소주의를 퓨전해 놓은 듯한 느낌은 정말 기분이 나빴다. 스타크래프트 영화도 아니고. 특수효과를 메카닉에 투자하지 않은 것도 무책임해 보인다. 원작의 훼손이라고까지 생각했을 정도다. 영화를 먼저 본 사람들이야 좋았겠지만, 여하튼 원작의 팬으로서는 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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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으로 떠나는 언어 여행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대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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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님의 팬이라서 덥석 하고 산 책이지만, 역시 절 실망시키지 않은 책입니다. 신화 쪽보다는 언어쪽에 가깝고, 이야기책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까운 그런 책입니다. 신화를 본격으로 다룬 좋은 책은 많이 있지만, 이처럼 귀중한 보고는 둘도 없을 것입니다. 다른 그리스/로마 신화책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입니다.

늘 손 닿는 데 두고 찾아보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설탕가루 같은 시시한 듯한 별들도, 그들의 이름을 알면 갑자기 영웅이 되고, 친구가 되고, 시원한 물을 퍼주는 우물이 되듯이, 그 단어들을 알면 말의 삶이, 영어가 훨씬 찬란해집니다. 이 책에서 Lynx는 눈이 아주 좋은 거인 이름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Lynxx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대단히 성능 좋은 카메라의 상표명으로도 불리고 있는 것을 늘 신기하게 보며 사용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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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1 - 제1부 모래행성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 풀빛 / 199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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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지도 못하는 책을 책방 아저씨를 괴롭혀 가면서 어찌어찌 사막의 신황제까지는 다 읽었었다. 뒤로 가면서 역자가 번갈아 하는 바람에 일관되지 못한 번역도 보였지만, 그나마 이 책 하나뿐이었다. 3,4부는 아직도 두고두고 읽어도 내겐 까마득하게 이해가 되려다 말 뿐이다. 마치 물리학의 법칙이 종말을 맞는 블랙홀의 특이점 속처럼, 좁고도 한없이 넓은 듄의 세계는 짧디짧은 어리기만 한 내 인생 소견으로는 이해의 지평선 너머에 있다.

그래도, 간혹가다 이해가 될 때면 무릎을 쳐가면서, 아직도 읽고 또 읽고..또 읽는다. 3,4부에 비하면 가볍다고까지 할 만한 1,2부에도 아직 팔 우물은 많이도 남아 있다.. 데이비드의 듄 영화도 보았지만, 마치 성전사를 기리는 기록영화 같은 게, 영화로서의 모든 요소, 영상,음악,조형력 모두가 빼어났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래도 거기서 나온 스틸 컷들이 이 책의 1부 삽화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하고 멋진지 모른다.(그 뒤의 삽화는 너무 한심스럽다) 그나마 구한 책은 다행으로 여기면서 소중히 읽으련다..

누군가 또다시 오역도 고치고, 깨끗이 다듬어 책으로 내놓아 주기를 정말로 빈다...톨킨이나 아지모프는 번역 안 해줘도 들어오는 문고판이나마 감지덕지 원어로 읽는대도, 듄에는 자신없다.....모래의 바다 앞에서는 감히 까불 수가 없다..부디 서점의 빛을 보길...

- 일전에 모 통신망에서 듄 동호회 만들려다 실패한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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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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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계가 있다면, 만약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면,(즉 돌아온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며,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다. 그리로 여행을 떠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물론, 여기다. 발밑에서부터, 몸담고 있는 세상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천계의 비밀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물론, 세상은 물의 사막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천계를 찾고자 하는, '테라 인코그니타' 를 밀어내려는 힘이 그들을 움직이고, 책을 읽는 우리도 밀어댄다. 심지어는 천사들까지도. 톨킨이 '죽음은 창조자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던가? 호기심 또한 죽음과 같이 주어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옛날엔 '찾는 자'들에게는 죄가 지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지금은 찾는 자들이 책임을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다. 타나토노트에도 이 생각이 스며 있음은 당연하다. 그도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사니까. 가장 높고 가장 신비스러운 것을 찾아 가장 깊고 가장 용감하게, 가장 아름답게 나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우리의 타나토노트들인 것이다.

거기에는 종교의 구분이 없다. (신이라고? 천계에는 '신' 이 없었다!!!) 거기에는 과학과 신학이 서로를 차별하지 않으며, 나라와 나라도 경계선을 잊는다. 가장 어렵다는 학문을 하는 천문학자도 가장 오래된 먼지의 신화에 공손히 조언을 청한다.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발견할 수 있는 희망조차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 새지 말라는 법 없다고, 사람들이 하는 어리석은 행동들은 그대로다.

이런 것들, 그런 것들이 다 나오는 데 거부감이 든다면, 아직은 멀었다. 가장 높은 곳, 천상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에서부터, 가장 친숙한 곳, 나는 무슨 음식을 정말로 싫어해, 생각만해도 눈물이 나, 라는 것까지.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모두를, 이 책이 보여주고 경험시켜준다. 애벌레가 고치를 짓고 탈태하여 날아가기까지, 모두를 말이다. 여행을 원한다면, 부디 이 책을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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