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 / 에릭 칼 / 시공주니어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아이가 표지그림을 보고 고르는 책을 읽어주었다.
그러다 유명한 작가들을 검색해서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에릭 칼의 <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현대 그림책의 거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에릭 칼의 대표작으로,
1969년에 출간된 이후로 그림책계의 스테디셀러로 손꼽힌다.
한번도 안 본 아이는 있어도
한번만 본 아이는 없을 것 같은 그림책이라고 생각된다.
그 뒤로 도서관에서 몇 번 더 에릭 칼의 그림책을 만났지만,
첫 만남에 마음을 빼앗겨서 <아주아주 배고픈 애벌레>가 제일 좋다.
아이는 그림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장난치며 수를 세는 것을 좋아했고,
나는 콜라쥬 기법으로 화려하고 색다르게 표현된 그림을 보는 것이 좋았다.
책의 내용은,
어느 일요일 아침에 조그만 애벌레가 알에서 나와 먹이를 찾아다닌다.
일주일 동안 과일과 음식들을 많이 먹고서,
아주아주 크고 통통해진 애벌레는 고치를 짓고 들어가고
이 주일 뒤,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짧은 이야기지만
숫자 세기, 요일, 과일, 간식들의 이름, 나비의 한 살이 까지
아이와 이야기할 내용이 다양하고,
페이지의 크기도 과일의 개수마다 다르게 되어 있고 벌레가 만든 구멍도 있어서
아이도 책장을 넘기며 놀이하듯 즐거워했었다.
또, 과일을 먹을 때마다 사각사각, 츄릅 같은 단어들로 구연동화처럼 읽어주면,
언어 자극도 주면서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수 있다.
나는 8가베의 짧은 녹색 막대기로 애벌레 놀이를 했는데,
공예재료인 모루로 애벌레를 만드는 분들도 있었다.
이제는 아이가 나비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는데,
나는... 여러 색상이 사용되어 꽤 어려울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아이는 지난달에 에릭 칼의 <아주 작은 씨앗>을 보고
독후활동으로 해본 적이 있어서 더욱 자신감이 넘치나보다.
좋아하는 책의 제일 예쁜 부분에 대한 여운을 망치고 싶지 않은
엄마의 기분을 아이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두께감 있는 광택지에 인쇄되어 있는데
보드북에서 그림책으로 넘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볼 때,
책장을 넘기기에도 좋고, 잘 안 찢어질 것 같다.
3~4세의 아이들과 부모님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