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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은 사람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박영준.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자식들 돌보고 남편 챙기며 내 일하기도 하루가 짧은 이런 때에...
아버지의 내면세계까지 읽으려고?
바쁜 건 맞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쁜지 한번 자신에게 되물어보자.
히라카와 가쓰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아내를 사별하고 난 뒤 홀로 남겨져 있을 때
아버지와 마지막 1년 반 동안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며 보낸 시간들을 통해 이 책을 쓴 것이다.
작가가 1950년생이라고 하니 나의 아버지보다는 한 살 어리다.
노인인구가 많아진 일본, 앞으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읽는 일본 작가들의 글들 속에서 부모님의 마지막 병수발을 자녀들이 직접 하면서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는 모습을 본다.
삶의 의미들도 되찾아가면서 자신의 미래,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 그것을 점차 실감하고 그 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글들이 있었다. 이 책도 이야기 형식으로 작가 자신이 겪은 아버지의 임종까지 1년 반 시간들을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부모님 두 분이 지내시던 본가의 모습을 그린 장면에서 순간 책 읽기가 멈춰졌다.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 그리고 친정부모님들이 떠오르고 어디 더 살필 곳은 없는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명절 때마다 일을 벌여서 장판도 다시 깔고, 싱크대도 손봐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셨다.
누구나 태어나고 성장하고, 그리고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감정의 묘사보다는 사실과 사건의 기록 같은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겪을 일이라는 사실에 서글퍼졌다.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닌가! 어떤 날들이 우리에게 다가올지!
애처롭고 서글픈 장면들.
가슴 한편이 묵직하게 아파진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편찮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할아버지는 중학교 2학년 때, 할머니는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그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이 책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그래서 낯설지 않고, 기억들은 자꾸만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올라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거야.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남겨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아껴두지 않고 미리 주고 싶다.
그리고 떠나는 날에는 웃으며 ..."
과학지식디자이너
201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