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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에센스 - 30초 만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러미 도노반.라이언 애이버리 지음,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작년 초에 열렸던 강연회 때의 일이었다.
강연장은 더 이상 자리가 없어 서서 들으시는 분들까지 계셨다.
귀한 시간을 내어 찾아오신 분들께 감동과 의미 있는 추억들을 만들어 드리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크린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상황이 복구되는 동안 준비한 PPT 없이 강연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어가려고 애를 썼다.
결국 거의 마무리 부분에서 스크린이 복구되었지만 이미 지연된 시간이 있어
공들여 준비했던 엔딩 부분을 머릿속에 그렸던 것처럼 진행되지 않아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다음부터는 항상 개인 노트북, PPT를 담은 USB는 필수,
그리고 PPT도 실행파일로 전환해서 따로 하나를 더 챙겨간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이 책은 내게 온 아주 귀한 선물처럼 여겨진다.
이 책이 말하는 것처럼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스피치를 하려는지 먼저 정해야 한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아니면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 또 즐거움을 주고 싶어서?
그도 아니면 영감을 이끌어내주기 위해서?
과학커뮤니케이터는 욕심이 많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를 다 성취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책을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으니 그것만을 목적으로 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인'이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존하게 하기 위해서는 '설득'이라는 요소는 버릴 수가 없다.
또한 과학이 이룬 세상에서 살지만 '과학'이라 하면 거부하게 되는(공부하느라 이미 질려버린)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꼭 선물하고 싶은 소망까지 가지고 있다.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이 책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새로운 것을 가르치려는 사람(교사)가 가지고 있는 '학생'에 대한 입장이 인간중심주의적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토스트 마스터스에서 하고 있는 평가는 학습자에게 무척 유익하다.
스피치 연습을 하고 평가를 할 때 잘못된 점만 지적하여 점수화한다고 가정하면,
지적을 당한 학습자는 무엇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한다.
그러나 토스트 마스터스에서는 학습자가 무엇을 실수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우리도 교육현장에서, 가정에서 흔히 이런 실수를 한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친절하지 않다는 점은 더 문제가 된다.
반복되는 지적에 학습자는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학습동기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이 책은 앞서 말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들을 수없이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상상했다.
실제 스피치 사례가 나오면 읽어보고, 개선안에 대해 나온 부분은 유심히 읽어보고 적용점을 찾았다.
이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려면 두세 번은 더 읽으면서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서는 실제 사례들과 조언들이 오가며 역동적인 수업이 진행되는 듯하다.
강연자들이 흔하게 하는 실수들도 알 수 있었고,
그동안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또 하나의 숙제를 해낸 것 같다.
이렇게 책으로 착한 멘토를 만나다니!! 정말 9월의 멋진 선물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