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이철원 그림 / esteem(에스티임)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그 감나무집이 진짜 있다면 지금 한번 가보고 싶다.

 

작가가 묻는다.

"당신은 기다리는 집이 있나요?"


내 대답은 이렇다.

"네, 그럼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참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어제저녁 아이들을 목욕시키면서 직접 이발을 시켜주고 나니 흐뭇해졌다.
저녁을 먹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앉아있었다.

남편에게 "애들 머리 예쁘게 잘 다듬어졌죠? 미용실 차려도 될 것 같지 않아요?"하고 농담을 했다.
그랬더니 첫째가 울음을 터뜨린다. 우리 부부는 당황해서 왜 우는지 물었다.
"엄마가 미용실 하면 우리 밥은 누가 해줘요!!" 하며 으앙~~~ 울음을 더 크게 터뜨린다.


아들이 울고 있는데 왜 웃음이 나는지...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실감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함께 집에 더 오래 머물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라 그 생각이 더 굳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책이라 엄청 기대를 했다.


처음부터 쓰레기 더미의 감나무집 이야기가 나와서 침울한 이야기인가 싶어 약간은 망설였다.
그런데 이야기가 점점 궁금해지면서 한숨에 다 읽어버렸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터줏대감처럼 잘 살고 있던 감나무집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사감 할미만 남아 폐지를 주워다 팔며 생계를 꾸려가다 한겨울에 혼자 계시다 돌아가셨다.


덩그러니 남은 감나무집에는 하나둘씩 쓰레기가 쌓여가고 냄새까지 난다.

담장도 무너지고 볼품없이 사그러져 가는 감나무집에 아기 소리가 들리고,

어느 날은 한 아이가 동생을 살려달라며 감나무집에서 나온다.


하루는 그 집에 법정상속인이 나타나고 한 남자가 집을 하나하나 고쳐간다.
그런데 놀이터에서 그 감나무집을 지켜보던 한 아이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밤중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감나무집에 불이 났다. 집을 고치던 그 남자는 응급실에 실려가고...
방화범은 그 아이였다.   
남자는 회복해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감나무집을 고치고,

다 완성한 후에 감나무집에 명패를 붙인다. 자신의 아들 이름이다.


아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집.


그러나 그 아들(재성)은 돌아와 다시 떠나려는 아빠(명길)를 향해 외친다.
"가지 마요." "여기 있어요, 나랑. 집에는 아버지가 있어야 되잖아." 


그랬다.

그 집은 사감 할미가 아들, 손자, 며느리를 기다리던 집이고,

그 집은 사감 할미 아들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고치고 다듬은 집이다.

그리고 그 집은 사감 할미 손자가 아빠를 기다리던 집이다.


사실 주변 인물들이 더 있지만 간략하게 중심인물만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집'이란 어떤 곳이어야 할까! 가족이 함께 나누고 서로를 기다리는 집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집을 만드는 중심에는 사랑이 있고, 엄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밥해줄 사람이 없잖아!'하며 우는 아들을 보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 아들.

우리 아들이 엄마를 필요로 하는데 엄마가 어디 가겠니?

네 마음이 더 자랄 때까지 엄마가 채워줄게.

따뜻한 집을 만들어줄게. 사랑한다......'


과학지식디자이너

2015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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