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진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서른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_서진

 

제목부터 나를 끌어당긴 이 책.
서른아홉, 최대한 나이를 줄여줄여 맞추면 내 나이 서른아홉.
그 마흔이 되기 한 해전의 느낌이란 아주 묘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나이를 멈추어 놓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단다.


나는 작가가 여자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서문을 읽다 보니 아내의 애칭 '돌양'이 언급된다.
'아차, 작가는 남자였구나!' 이런 나의 못난 편견이 또 하나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여러모로 감정이 이입이 저절로 되는 이 책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길들여 주신 일기 쓰기 습관 덕분에 10년 동안 홈페이지에 쓴 일기를 모아 이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을 쓴 작가이어서 그런 걸까? 에세이지만 상황에 대한 묘사나 설명들, 이야기의 흐름이 부드럽고 잘 흘러간다. 그의 일상일 텐데, 마치 소설 같고 목차도 깔끔하다.


마음껏 늦은 사춘기를 만끽할 수도 없는 40대 엄마인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하기도 한다.

서른넷에 공학도에서 인디 잡지 편집장, 그리고 다시 소설가로 인생이 두 번 바뀌었다.
자취방을 얻어 독립을 하고 혼자 글을 썼다. 방세 월 14만 원, 보증금도 계약서도 없는 집.
그의 자취방은 내가 대학원 시절 혼자 자취를 할 때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떠올리기 유쾌하지는 않은 빛바랜 추억들이다.


남들 다하는 결혼식도 연로하신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심정으로 광안리 바닷가에서 전통혼례로 치른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될래?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고민하다가 직업상담소에서 적성검사를 받고, 상담사의 답을 기다리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요?"하더란다.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가 스스로에게 한 말. "진즉에 소설가가 되는 건데..."
지금은 '지금'하고 싶은 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으로 나만의 고유한 매뉴얼을 만들라고 한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으니까.


그의 글 중에서 문득 눈에 확 들어오는 꼭지가 있었다.
"소설을 잘 쓰는 법을 알려줄까?" 그리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쓰고 싶으면 어떻게든 쓰면 돼. 소설을 잘 쓰려면, 많이 써보면 돼. 누가 악평을 해도 좋아. 두려워하지 말고 써."


재미있는 방법도 동원한다. 20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20분 동안은 온전히 글만 쓰는 것이다.
그리고 10분 휴식. 이 사이클을  다섯, 여섯 번 돌리고 점심을 먹는다. 아침에 주로 글을 쓰나 보다.

나는 이 책이 피아노 배우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소설가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소설가로 살아가는 삶을 나누고 있었다. 무던히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격려도 해준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해요.

결국 승자는 자신을 믿고 꾸준히 그 일을 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지요."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것이라도 어려울 거라며 주저하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발견되지 않기를 스스로 다짐해본다.

이제 나도 A면을 끝내고 B면으로 돌려야겠다. 

더 신 나고 후회 없는 시간들로 채워나가야겠다.


<서른과 마흔 사이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에 대하여>

그가 나누어준 이야기들을 읽고,

이제 나는

<마흔과 쉰 사이에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에 대한 플랜>을 짜보기로 한다.


과학지식디자이너

201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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