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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처럼, 슬렁슬렁 - 느리지만 단단해질 나를 위한 에세이
비하인드 지음 / 미래시간 / 2015년 4월
평점 :
<바다 속에 강이 흐른다>
헤밍웨이가 이런 말을 남겼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해석은 다양한데 특히 관대한 사람의 태도를 가리킬 때 종종 쓰는 말이다.
그러나 비에 젖지 않는 거대한 바다의 속에도 계곡이 있고,
산도 있고, 결정적으로 강이 흐른다고 한다.
관대하다는 것 혹은 마음이 넓다는 건 상태를 안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를 감내할 줄 안다는 뜻이리라.
태평양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대인배의 속에는,
남들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깊고 푸른 강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며칠 전 '다운시프트 족'에 관해 쓴 블로거의 글을 읽었다.
원래 다운시프트란 고속 기어에서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말이다.
우리 삶에서도 고속으로 달릴 때 보지 못하는 우리 삶의 면모를
저속 기어로 바꾸어 살면서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삶의 참 의미들을 발견하고
있는 그대로 찬찬히 느끼며 살아가보자는 뜻으로 이해했다.
고속으로 달려보았다고 할 수 있을지 그것이 의문이기는 하지만
현재 한가지 일을 붙들고 나는 다운시프트 족처럼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 <나무 늘보처럼, 슬렁슬렁>은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내 관심을 순식간에 빼앗아갔다.
읽으면서 그냥 느끼고, 가슴으로 생각했다.
작가가 내 옆에서 차 한잔 앞에 두고 삶에 대해 통찰한 것들을
두런두런 나눠주는 듯하다.
그런데! 들을수록(더 정확히 읽을수록)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짓거나, 이름 붙이지 못 했던 것들을
작가가 이야기를 해주니 정리가 되고 속 시원해진다.
마치 나 대신 내 삶의 이야기를 해주는 듯이 말이다.
이 책 속에는 삶에 대한 통찰이 있다.
내향적인 성향, 아줌마, 불안, 객관성, 두려움, 행복, 관계, 자기발견 등등
한 사람의 개성은 강점이나 약점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가지는 특징이다.
일부 수정할 수는 있어도 바꾸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을 바꾸려고 시도해보라.
이는 성공할 수 없으므로 다만 시도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고 노력해보라.
이것은 가능한 일이며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이다.
- 피터 드러커, 경영학자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더 있다.
2015년 5월 1일에 수목원 가면서 라디오(107.7)를 들었는데
그때 소개되었던 사연이 이 책 속에 있었다.
바로 '5인분 라면 이야기'.
작가는 "버티지 '않는' 삶을 권하며"라고 말한다.
버틴다는 생각으로는 자신의 일이 즐겁지 않을 것이고,
그런 생각으로 만나는 사람들과도 진실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말라고, 슬렁 슬렁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고 조언한다.
이 대목에서 웃었다.
우리 집 가훈이 '정직, 근면, 성실'이었고, 늘 아버지께서는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작가가 말하는 '최선'과 우리 아버지의 '최선'은 같은 걸까? 다른 걸까?"
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최선을 따라가보니 '공부'가 있다.
그 시절에는 공부를 하면 성공을 하고,
성공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암묵적인 성공 공식이 깔려 있어서였을 것이다.
이제는 거꾸로 살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먼저 행복을 선택하고, 느끼고, 여기에서 생기는 에너지들을
내가 원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곳에
선택과 집중으로 일하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비하인드 작가님! 맞나요? )
무조건 빨리빨리, 무조건 최선, 무조건 좋은 사람, 무조건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너! 그냥 나! 그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건강하게 주변 사람들과 관계 맺고 일하고,
일상이 주는 행복감을 느끼며 살맛 나게 살아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느리지만 단단해질 나를 위한 에세이.
그러네요. 읽으면서 후련해지네요.
좀 더 나답게 살아가려고요!"
과학지식디자이너
2015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