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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 숨어 있는 과학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5
이성규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2월
평점 :
꼬박 3년이 걸려 완성된 이 책.
이성규 작가는 인터넷 과학신문<사이언스 타임즈>객원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역사 시간에나 등장할 듯한 <조선왕조 실록>을 과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해서 사실 그대로 기록된 내용이 의미하는 것들을 끄집어 내주었다.
창의인재, 융합과학교육이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때에 역사의 행간을 과학자의 눈으로 읽어내주는 작가가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이 재미난 이야기 속으로 나는 기꺼이 들어간다.
1부는 조선시대의 기이한 동물들이 이야기다.
알비노증을 앓는 흰색 동물들의 이야기, 트랜스젠더 닭, 살인한 코끼리가 귀양을 간 이야기 등 다양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세종대왕 시절 궁중에 과학관인 '흠경각'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재갈매기가 다른 재갈매기의 새끼를 자기 자식처럼 키우거나, 타조가 다른 어미의 새끼를 자기 자식으로 입양해 키우는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새로 알게 된 사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69명을 낳은 러시아의 한 부인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에서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곡식을 하사한 기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종단이 사건처럼 일곱 살 여자아이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2부는 조선을 뒤흔든 자연현상 이야기다.
1643년 조선에 일어난 지진은 서울, 경상도의 대구, 안동, 김해, 영덕 등의 봉화대와 성첩을 무너뜨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치기도 했다. 이기화 지진학자는 울산 근처의 그 지진을 진도 10이라고 추정하였다고 한다. 임금이 신하를 잘 못 다스리는 경우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그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익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땅 속의 빈 공간에서 생기는 진동이며 공기가 위로 올라오려고 할 때 생긴다고 설명했다.
태양의 흑점에 관련된 부분에서는 서양의 갈릴레이 갈릴레오와 샤이너의 이야기도 언급이 된다. 흑점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실제로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 박사는 태양의 흑점이 많이 관찰되는 시기와 치사율이 높은 유행성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일치한다고 했다. 밀의 성장과 수확량, 목재의 나이테 간격, 경기 순환 등과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언급되었다.
다음 지구과학 시간에는 이 책 속의 태양 흑점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구과학1 마지막 단원에서 등장하는 핼리혜성도 조선시대 사육신에 얽힌 이야기와 같이 들려주면 더욱 흥미진진한 수업이 될 것 같다.
진작 만났으면 좋았을 책,
<조선왕조실록에 숨어있는 과학>
두고두고 나의 과학 수업에서 감초처럼 등장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고 눈빛을 바꾸어 줄 비장의 무기로 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