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도에게 보내는 편지 -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과학자 <개미>,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 안내하는 과학자의 삶, 과학의 길!
에드워드 O.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최재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에드워드 윌슨 박사님께


박사님,

방금 박사님의 편지 20통을 다 읽었습니다.

가까이 계신다면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고,

일생동안 개미를 연구하신 그 큰 손에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바로 보이는 사다리를 쉽게 타고 따라 올라가는 것보다

아직까지 이 지구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니

누구도 아직 손대지 않은 그 땅을 탐구해 인류를 지키고,

과학자인 나 스스로에게 주는 만족감과 희열을 느끼기 바란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어쩌면 조금 늦게 도착해버려서 (이 책을 읽는 제가 40대가 되어버려서)

한 분야에 쏟을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교수님의 편지를 읽는 내내 깊이 돌아보았답니다.

저는 제 연구를 할 때 무엇을 간과하고 있었는지를...


교수님의 편지 속에는 과학도가 인간으로써 진정한 과학도가 되어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비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제가 이 책을 만났다면 아마도 연구자로써의 자세가 조금 달라졌으리라 확신합니다.

저의 대학원 시절을 아주 꼬집으시는 듯한 문장이 있었거든요.


"코리 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너에게 부탁하고 싶구나.

자기확신에서 오는 용기, 회복력을 간직하렴.

가끔은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권위를 두려워하지 말고,

너를 좌절시키는 일이 일어나도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가려는

마음의 유연성을 놓쳐서는 안돼!"


그때는 코리 수처럼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경쟁 안에서, 권위의 장벽 앞에서,

실험실의 상황과 여러 협력 관계들 사이에서

현장이 허락하는만큼으로만 제 몫을 다한 줄 알았네요.


저는 생물학에서 동물보다는 식물에 관심이 더 많은 편이라

개미가 이렇게 많은 종류와 지구에서 이토록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편지를 읽으면서 깨달았지요.

제가 하려는 작업에서 교수님이 편지로 전해 주시는 지혜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치 교수님의 편지는 때로는 개미박사님이 개미들에 대해 알려주시는 듯하면서도

대학원 첫학기에 듣는 연구방법론 속 핵심내용을 강의로 다시 풀어 듣는 듯 했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비유이지만)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옛날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해 주시는 듯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야 하면서도, 아이가 알아듣기 쉽게 예화로 들려주어야만 하지요.

흘려듣는다면 오랜 시간이 흘러 수많은 경험을 한 후에야 깨닫겠지요.

'그때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바로 이거였어.'

하지만 새겨 듣는다면 몰라서 하게 되는 크고 작은 실수를 줄여

그리 고단하지 않게 불필요한 난관을 지나갈 수 있겠지요.

아마도 짐작컨대 교수님이 그런 마음이셨지 않을까요.


교수님,

제가 교수님의 이 편지를 받았으니 제가 교수님께 약속드릴 수 있는 한가지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교수님의 이 교훈을 꼭 전달하겠습니다.

과학도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도전이 되는 책이니까요.

"우리 개미 연구자들이 찾은 성배는 비록 사소할 지언정 현실에 대한 이해에 영구적으로 기여하는 지식입니다.

이 지식은 다른 지식체계와 이어지고 그렇게 구축된 이해의 그물망이 가끔은 과학의 전체 서사에서 중대한 발전으로 이어지곤 하는 것입니다."-152p

교수님이 새로운 개미종을 발견하고 난 뒤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이 문장을 읽으면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과학자의 삶에서 얻을 만족감"이 무엇인지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 대학이 평소에도 궁금하긴 했지만,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더 궁금해졌습니다.

교수님의 노고와 손길이 가득 담겨있을 그 곳!

하버드 비교동물학 박물관 4층 '하버드의 개매방'에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교수님,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이렇게 감동적인 메세지, 이 편지에 못담은 나머지 이야기들도 더 전해주시길! 


2015.1.7.

과학지식디자이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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