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찾아서 - 뇌과학의 살아있는 역사 에릭 캔델 자서전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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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p. 용어설명 바로 전 페이지.

드디어 <기억을 찾아서>를 다 읽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멈추지 않고 다 읽은 것은,

아마도 내 안에서 다시금 나를 일깨워주는 열정을 발견했기에,

그리고 노교수가 내게 일러주는 교훈을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마음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몇년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 안에 생긴 질문 때문이었다.

"왜 공부를 잘 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구분되는 걸까?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음에도

왜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

"학습에 있어 장애를 겪는, 학습 후 장기기억에서 인출이 잘 되지 않는 학생들을 도울 방법이 있을까?"


심각하게 보이는 학습결손을 보이는 학생을 그냥 두고볼 수 없어서

학습심리, 학습장애 등 관련 책과 강의들을 찾아 들었었다.


그러다보니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새롭게 와 닿았고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기억을 찾아서>를 읽다보니 쉽게 내가 찾는 답을 바로 얻을 수는 없었다.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나머지는 내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 읽다보니

역사책인지, 과학철학사인지,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했고

에릭 캔델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는 듯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그동안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오면서 들어왔던 다양한 과목에서

배웠던 수많은 단어들의 리얼 스토리, 그러면서도 풀스토리가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생물학 시간에 교과서에서 나열된 한 줄!

그 한 줄을 실험을 통해 밝혀내기까지 엄청난 시간을 연구했다는 사실이 나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과학자 중 한 사람. 크릭이 자신이 죽기 몇시간 전 병원으로 옮겨지면서도

자신의 논문을 수정했다는 이야기.

'망각곡선'으로 유명한 에빙하우스가 자신을 피실험자로 삼아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

기억에 대한 실험에서 파리에게 전기적인 자극을 주어 실험을 한 장면 등.


교과서 행간에 이토록 과학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담겨있음을 새삼 느꼈다.


읽으면서 특징적인 부분이라고 따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었다.

하나는 '질문'. 과학자는 질문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 답을 찾는다.

둘, '협력'. 위대한 발견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협력할 때 상승효과를 나타낸다.

셋, '누적과 기다림'. 깨달음과 통찰은 단 한번의 실험, 한가지의 아이디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정말이지 과학을 하는 과정, 매일매일 생물학적 신비를 탐구하는 과정은 지적으로 뿐만아니라 감성적으로,

또 사회적으로도 큰 보상을 준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실험을 할 때면, 세계의 경이를 새롭게 발견하는 전율을 느낀다."

# 최선의 과학 공통체는 놀라운 동지애와 공동의 목표의식을 가진다.

# 과학자의 길은 물론 매우 만족스럽지만 결코 쉽지 않다.

# 과학적 문제를 선택하는 조건은 두가지다.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을 새 영역을 열어주는가와 두 분야 또는 더 많은 분야들의 경계에 있는 문제가의 여부.

# 과감성을 가질 것.

# 추상적인 글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관여하는 실험에 관한 과학적인 글을 읽을 것

# 여운이 긴 문제 또는 서로 연결된 문제들의 집합을 정의할 것.


그의 조언을 되새기다보면 그가 50년간 연구를 하며 어떠한 마음으로 '정신과학'을 대면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는 과학자로써의 태도를 배운다.


에릭 캔델이 남긴 자서전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다른 뇌를 가지게 되었다.

그가 한 말처럼... 나의 뇌는 이미 이전의 뇌가 아니다!


그의 과학자 정신을 잊지 않고,

나의 영역에서 그의 열정만큼 오랫동안 붙들고 늘어진 나의 '문제'를 놓고

이제 연구를 시작할 '질문'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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