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갈수록 더욱 흥미롭다. ˝우리 인류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빅퀘스천을 던지고 답하고, 다시 질문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IMF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의 이식으로 세계화에 ‘성공(?)‘하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이나 오리엔탈리즘 등의 개념에 대해서 ‘WEIRD‘라는 ‘렌즈‘로 줌 아웃해서 ‘원경(遠景)‘으로 재구성해보는 계기가 됐다. 특히 반복 심화하는 저자의 나선형 논리 구조가 과거 인류의 문화심리적 진화를 톺아보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진행형(산 속에서 산이 보이지 않듯 지금은 깨닫지 못하더라도)인 인류의 넥스트 진화 방향에 대한 화두로 이어지는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다. 책 말미의 주석까지 흥미진진한, 알찬 구성이다. (‘순응‘의 차이를 확인하는 ‘왼손잡이‘ 비율; WEIRD 사회 성인의 10.16% vs 중국 0.23%)끝까지 완독할 가치가 충분하다.
내 인생을 망치러온 나의 구원자에 대처하는 법나를 구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망하게 하는 것들은 많다. 망하게 만드는 쪽과 구원하는 쪽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가 실리느냐에 따라 ‘길티 플레저’라는 애정 섞인 푸념의 대상이 되거나 타박과 질책의 대상이 되느냐가 갈릴 것이다. 결국 문제는 대상이 아니라 나에게 있다. 쾌락 탐닉 시대에 중독은 더 이상 특별히 중독에 취약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의 발달은 중독의 가속기가 된 지 오래다. <도파민네이션>은 저자가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의 사례와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포함해서 ‘근본적인 솔직함‘으로 ‘중독‘을 이야기한다.‘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디‘고 한다. 그 동안 이 말을 방패삼았지만 책을 읽으며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포함한 인간은 소도 뱀도 아니다. 소가 될 수도 뱀이 될 수도 있다. (우유이건 독이건 저마다 쓰임새가 있는 것이니 흑백처럼 선명하게 좋고 나쁜 것으로 갈라지는 것도 아니다. ) 어쨌든 중독에서 자유로운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중독의 대상과 정도가 문제일 뿐.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의 상황에 대입하여 여러가지가 떠올랐지만 중독‘까지는’ 아니다, 라는 항변이 메아리처럼 돌아왔다. 하지만 끝내 부인할 수 없었다. 나 또한 중독자라는 것. 결국 ˝중독의 대상은 우리에게 잠시 휴식이 되지만 길게 보면 결국 우리의 문제를 키운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뇌의 가소성이 쾌락 과잉의 시대 새로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하는 뇌를 지닌 우리의, ‘중독에 대한 중독‘을 해결할 열쇠는 무엇일까. 나를 포함한 우리 세대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절실한 고민이다. 근본적인 솔직함이 작동할 수 있는 신뢰와 공감이 가능한 정서적인 환경이 더욱 간절하다. 손오공을 길들인 삼장법사의 ‘긴고아‘는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