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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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인 연천 전곡리의 주먹도끼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전곡리 구석기 시대 유적지는 한탄강이 임진강에 합류하기 직전 휘돌아가는 곳에 있어 일찍부터 한탄강 유원지로 유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먹도끼를 발견한 그레그 보엔 당시 미군 병사는 고고학을 전공했고 기상관측병으로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했다고 합니다. 어느날 그는 한국인 애인과 한탄강 유원지로 데이트를 갔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전곡리 유적지는 대대적인 발굴 작업에 들어갔고 2011년 17차 발굴을 끝으로 8,500점가량의 유물을 수습하는 엄청난 고고학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유적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적지발굴의 피해자인 벽돌공장 주인의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은 구석기 유적지를 발견했다고 기뻐했지만 공장 주인은 하루아침에 공장문을 닫아야했습니다. 그 당시는 문화재보호법이 정비되지 않아 아무 보상도 받지못하고 화병을 얻어 3년 뒤 세상을 떠나셨다고 해요. 세월이 많이 흐른 후 그의 부인은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초등학교 교사를 정년퇴임한 후 전곡선사박물관의 자원봉사자로 출근해 문화유산 해설사로 일하셨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비한인드 스토리 처음으로 주먹도끼를 발견한 미군병사 그레그 보엔 씨입니다. 2005년 어린이날 구석기 축제에 초청되어 전곡리에 오게 되었는데 그의 부인은 한탄강 유원지에서 데이트하던 바로 그 한국 여성이었답니다.

" 한국이 내 인생에 큰 선물 두 가지를 주었는데 하나는 주먹도끼이고 하나는 나의 아내 상미 보엔입니다."라는 그레그 보엔씨의 말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 책에는 각 시대별 유물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적과 유물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시대별 유물의 이름만 외우기 급급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고,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땐 주먹도끼의 의미를, 빗살무늬 토기의 상징성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역사 교과서의 구석기 시대 주먹도끼들을 보면 아무리 보아도 그냥 깨진 돌로 밖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주먹도끼들이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주먹도끼는 '깨진 돌'이 아니라 '깨트려 만든 돌연장'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먹도끼는 행위에 목적이 들어있었고 이는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인 인간의 사유능력이 작용된 것임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주먹도끼를 볼때 그냥 평범한 돌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이 주먹도끼에는 생각할 줄 아는 동물인 인간의 시작이라는 어마어마한 의미와 처음 돌을 발견한 미군 부부, 이 돌로 인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던 벽돌공장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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