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에 당첨됐다.아주 발칙한 표지의 이상한 책이 내게 왔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게 된다면 북커버를 씌웠을지도 모른다.첫 이야기부터 좀비가 등장한다.아뿔싸, 좀비는 내 취향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서평을 써야 하니 읽어본다.좀비에 본격, 거기에 단편이라내 취향이 아닌 것들의 총집합이다.엇! 그런데!!!!!! 재미있다. 어, 이게 왜 재미있지?바쁜 시기였음에도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는 네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나갔다.지능 없는 좀비가 밀실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가.(제목부터 본격 오브 더 리빙 데드라니 ㅎㅎㅎ)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ㄹ .....아니 살해할 수 있을까. 그 난봉꾼의 시체는 왜 여자의 팔을 갖고 있는가.자신이 살인자냐고 묻는 세 남자를 하루에 마주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시체로 놀지마라는 제목과 달리 작가는 이리저리 시체를 잘만 갖고 논다. 아주 능란하다.시체로 구성된 루빅스 큐브가 눈 앞에 있다.그 솜씨가 어찌나 매끈한지 그것이 인체의 일부라는 것도 잊고 몰두하게 된다.네 개의 이야기는 어떻게 살인이 일어났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소위 하우던잇의 정교함을 즐기는 독자라면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이 발칙한 지적 게임은 와이던잇 취향의 나 마저도 매료시켰다. 시체로 놀지 말라더니, 결국 작가는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런 솜씨라면 언제든 나를 맡겨도 되겠다.발직한 지적 유희의 함정,이제 당신이 놀아날 차례다.
미키 아키코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작가의 신작 소식을 찾아보다가 운이 좋아 [패자의 고백] 서평단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취향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재미있는 소설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이 소설, [패자의 고백]이 무척 재미있었다.어둡고 습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인간 본성의 바닥을 손톱으로 긁어내는 듯한 이야기는 더 좋아한다. 반전도 만족스럽다.하지만 무엇보다 잘 쓴 소설이라서 좋다.[패자의 고백]은 작가 시점의 묘사가 없는 소설이다. 인물간의 대화도 없다. 사건 관계자의 고백, 수기, 편지 같은 글 속의 글로만 구성되어 있다.초반부는 글들의 흐름이 짧아 몰입이 쉬웠다. 작은 파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입체가 되어 있고 눈 앞에 법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입체의 반대편엔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 퍼즐을 맞춰가는 즐거움을 다른 독자들도 누리게 되면 좋겠다. 미키 아키코의 다른 소설 [기만의 살의], [귀축의 집]도 [패자의 고백]과 함께 추천한다.그리고 그의 다른 소설들도 모두 번역되어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