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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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가옥 시리즈 <오피스 괴담>을 읽었다.

범유진의 <오버 타임 크리스마스>, 최유안의 <명주고택>, 김진영의 <행복을 드립니다>, 김혜영의 <오피스 파파>, 전혜진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이 담긴 소설집이다.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어떤 의미일까? 좋은 의미도 많지만 책처럼 부정적인 면을 따라가보니, 나도 최근 고단했던 업무를 자연스레 떠올릴수밖에 없고 잊으려고 노력해도 너무나 생생한 부당한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오죽하면 <오피스 괴담>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졌을까?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먼저 첫 이야기는 범유진 작가의 <오버 타임 크리스마스>인데 첫 줄부터 심상치 않았다.
“우리 회사는 야근은 절대 금지랍니다.”
아무래도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글은 단박에 호기심을 자극했다. 25세의 무경력 주인공은 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는데 설거지는 당연하고 계약직이라 무시에 차별을 받는다. 회사 내에 등장하는 빌런들의 활약으로 주인공의 속은 부글부글 탄다. 회사안에서만 사용하는 메신저의 설정이나 질투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장면은 애잔하면서도 주먹을 쥐게 만들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빨리 읽게 되었고 주인공을 응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기도 전에 생각보다 강한 면모에 스릴넘치기도 했다.

마지막에 작가의 말에서 어떻게 구상을 했는지 자세히 설명해서 독자로서 궁금했던 점이 많이 해소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최유안 작가의 <명주고택>이다. 경북에서 공무원이 된 서울 출신의 주인공은 열심히 일하고 인정받지만 혼자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를 맡아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무시무시한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데, 배경이 고택이라 고즈넉하면서도 호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던 것 같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배경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작가가 자료 조사를 많이 한 것 같아 신뢰감이 들었다.

김진영 작가의 <행복을 드립니다>는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읽으면서 뭉클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다.

전혜진 작가의 <컨베이어 리바이어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노동현장에서 희생당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된다.


처음에 기대했던만큼의 호러는 아니였지만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르포 보고서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읽을 때는 재미있기도 해서 호러와 코미디를 넘나드는 느낌이었다면 차별은 역시 존재하고 부조리도 끈질기게 따라다닌다는 너무 보편적인 주제가 계속 나타나 읽고 난 후 마음이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남긴다.

작가의 말’에 실린 범유진 작가의 글을 남긴다.
324쪽

회사는 기묘한 공간입니다. 층층이 사람을 벽돌처럼 쌓아 올려 성과를 만들어 내지요. 벽돌이 된 사람끼리 손을 맞잡고 힘을 합치는 일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깝고도 먼 사이. 그다지 가까워지지 않고 적당히 멀어야 더 좋은 사이. “내 동료가 돼라!”라고 외치는 직장 상사야말로 동료가 되어 주지 않을 거란 의심을 하게 되는 그런 공간.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를 통해 회사를 이루는 구성원이 뒤틀린 관계를 맺게 되면 그 공간 자체가 뒤틀릴 수 있다는 것, 누군가는 그 안에서 기지개조차 켜지 못하는 날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최유안 작가의 <명주고택> 마지막 부분이다.
129쪽

은희는 어두운 공기가 껍질처럼 자신을 감싸 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떤 욕구도 없이, 어떤 바람도 없이, 은희는 멀리 식산이 있다고 했던 곳으로 시선을 두었다.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다는 신호처럼, 이곳을 쏘아보는 차갑고 무거운 기운을 온전히 감지했다.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은 세상, 그것이야말로 은희가 발로 단단히 지지하고 선 채 아래로 빨려 들어가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더는 색깔도 중량도 갖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 가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은 가열차게 움직이는 지구의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들처럼 느리고 고요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증정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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