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월간지)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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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현재 그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더 알고 싶어질 때가 있다. 정해진 시험 범위 내에서 소개된 문법과 단어, 표현, 문장 이해가 아니라 학생들이 두루두루 알면 좋을 만한 내용이 궁금해진다. 특히 이과 학생들이 물리와 화학 이야기를 할때면 나도 공부를 해야될 것만 같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수업과 상담 등으로 몸살을 달고 살기에 그런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그냥 하루를 살아내기에 바빴다. 때마침 <독서평설>을 읽을 수 있어서 메마른 나의 지식과 더 확장하지 못하는 경험에 단비가 내린 것만 같았다.

목차를 둘러보니 참 구성이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문제와 건강, 과학, 인문, 문학, 비문학에 걸쳐 균형잡히게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나도 고등학생때 이런 책을 읽었어야 했는데 ^^;; 이제야 지나간 세월을 후회한 들 무엇하랴. 지금이라도 조금씩 알아가 봐야지.

입시 제도 관련 정보부터 대학생의 생생 인터뷰는 고등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일 것이다.

나는 박현희 선생님이 쓴 글에 눈길이 갔다. 내겐 특별한 선생님이라 그런가보다. 3년 전, 성북문화재단에서 마련한 독서 토론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강사님이셨는데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토론을 이끄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당시 몇 주동안 이어진 수업을 통해 매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자연스레 후속 모임이 만들어져 아직까지 좋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

박현희 선생님은 희정 작가의 <베테랑의 몸>을 소개했다.

65-66쪽

“권용국의 퇴근길. …… 그 길을 또박또박 걸음으로 가는 게 아니다. 좌우로 상체를 흔들며 걷는다. 기우뚱 몸이 한쪽으로 쏟아질 듯한 그 걸음을, 나는 숙련공들을 취재하며 알게 됐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미동 없이 일하다가 허리가 망가진 이들의 걸음이다.”

그렇다면 나의 일은 내 몸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많은 교사가 성대결절로 고생한다. 말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친구들과 만나 수다 잔치를 벌이다 보면 금방 배가 고파지던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의 말은 그냥 수다가 아니다. 여러 학생에게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쉬지 않고 말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목구멍을 칼로 긁는 것 같은 통증이 찾아오고, 목소리가 굵어지다가 아예 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 병원에 가면 처방과 함께 이런 조언을 듣는다. “목을 충분히 쉬게 해 주어야 해요. 가급적 말하지 마세요.” 네? 말하는 게 제 밥벌이 방법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일의 고통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면 그건 아주 섣부른 판단이다. 세신대에 누운 사람의 몸을 만지면서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가늠하고 이 순간만이라도 편안하길 바라며 꾹꾹 눌러 주는 마음, 어르신들이 목욕탕에 오면 혹여 뜨끈한 탕 속에서 기운이 빠져 쓰러지는 일이 없는지 틈틈이 살피는 마음, 그게 세신사의 마음이다, 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 식단표까지 챙겨 보면서 메뉴를 연구하는 마음, 비건을 지향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세태에 맞추어 새로운 조리법을 연구하는 마음, 사람들이 내가 지은 밥을 든든하게 먹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조리사의 마음이다. 희정의 인터뷰에는 오랫동안 한길을 걸으며 자기 일에 진심을 쏟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겼다. 우리는 그런 마음들이 만들어 내는 세계에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멜라토닌과 생체시계>라는 제목의 ‘왜 시차 적응은 항상 어려울까?’를 담은 박병배 님의 글이 인상깊었다. 해가 뜨면 눈도 떠지는 이유도 다뤘는데 요즘 정말 겨울잠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기에 관심이 갔다.

124-125쪽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우리 몸이 느끼는 낮과 밤의 주기와 실제 낮밤의 시각이 잘 맞아야 합니다. 포유류의 경우 빛과 어둠이 번갈아 등장하는 하루주기가 눈의 망막을 통해 시신경교차상핵에 영향을 주는데, 이는 망막의 신경절세포가 청색광을 인식하는 감광 색소인 멜라놉신을 생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요. 멜라놉신 덕에 망막의 세포가 빛에 반응하고, 받아들인 자극을 시신경교차상핵으로 전달하죠. 빛이 있고 없음을 인식해 그에 알맞게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 둔 기존의 설정값과 낮밤 시간이 달라질 때 생체주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몸은 언제나처럼 아침을 맞으려고 준비하는데, 해가 뜨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죠. 지훈의 가족처럼 시차가 큰 나라로 여행을 떠났다거나, 부득이하게 낮밤을 바꾸어 살아야 하는 환경에 놓였을 때 등일 겁니다. 앞서 말했듯 시신경교차상핵은 빛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생체리듬에 맞춰 말초신경을 활동하게 하여 소화과정 등 생리 현상이 이루어지게끔 해요. 그런데 내 몸이 익숙한 시간과 실제 낮밤이 달라져 버렸으니 금세 피로를 느끼고 수면장애, 두통, 배달 등의 부작용을 겪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알찬 구성 덕에 소설 같은 글은 재미있게, 과학 정보는 미지의 영역을 접하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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