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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밤하늘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이번에 보게된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는 다양한 내용이 상당히 좋은 책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이는 물음중에서 첫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중의 내용이 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것일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이것이 책 초반에 독자에게 전하는 물음이자 질문인 것 같다. 읽고 보니 오래전부터 궁금한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장엄한 풍경, 때때로 발견하는 일상 속 사소하고 평상시 같은 모습의 장면이 어째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 아름다운 걸까. 책을 다 읽고 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읽다 보니 책에서 그 답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것들은 모두 필멸하는 인간들을 위한 송가였다. 생의 유한성이라는 배음이 깔려 있지 않다면 감동도 감흥도 없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생이 한 번뿐이기 때문에 인간들에게는 모든 것이 절실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이유에는 조형미도 있을 것이고, 취향에 맞는 색감도 있을 것이고 몸이 편안하다고 느낀 온도와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삶의 유한함이 가장 큰 요인일 거라 설득당했다. 그러고 보면 어떤 책이나 영화를 보며 감동 받는 것도 그 이야기속 인물들이 다신 겪을 수 없는 사랑, 다신 돌아오지 않을 행복, 두 번은 없을 기쁨과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행운인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는 건 포기할 게 많아지고 현실에 많은 타협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무듯건 처럼 체념하며 살게 되는 게 인생이니 어쩔 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덮은 후 제목을 생각을 해보니 포기나 체념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작별이다.
삶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는 생을 다한 누군가 혹은 그것과 어떻게 작별하는지에서 드러난다고 믿는다. 어쩔 수 없이 사랑했던 것들을 뒤로한 채 지리한 삶을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존재하는 동안의 아름다운 산소와 수소의 결합에 불과한 것들을 아름답게 만들었던 그들의 이야기가 끝에 다다랐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이고 슬퍼한 다음, 감사하며 박수치며 떠나 보낼 수도 있는 사람. 내 삶에 두 손 쫙 펴고 미련없이 누워 노을이 밤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레 세상과 작별할 수 있는 사람. 존재와 윤리가 나란히 우리가 우주에 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슬픈 작별도 내 이야기의 단 하나뿐인 장면으로 그려넣을 수 있고 이것을 작별해야할 수 있는 생각과 용기도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