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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무늬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8월
평점 :
'건물과 공간이 사랑과 비밀을 품을 수 있다면, 우리 곁의 손때 묻은 사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의 물음에서 시작된 <기억의 무늬>는 파리에서 패션 학교를 다니고 있는 22살의 청년 '카미 루'의 이야기이다.
카미는 3살 때 죽은 부모님의 사건에 범인을 찾기위해 애쓰지만 사건의 후유증으로 인해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어 얼굴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한다.
대신에 사람들의 옷차림, 습관과 버릇, 목소리를 통해 찰나의 순간에 주변 사람들을 파악한다.
그런 카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 범인을 찾으려고 하는 카미를 도와주어 사건의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기억의 무늬>는 과거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소설 같지만 알고 보면 가족의 이야기이다.
카미를 안타깝게 여기는 경찰관 '프레드릭'이 사건의 수사를 재개하고, 유일하게 카미의 안면인식장애를 알고 있는 소꿉친구 '뤼미에르'와 함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사건이 일어난 과거의 집으로 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실 중앙에 놓여 있는 아기 침대를 통해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가구와 직물을 통해 옛 사건의 진실을 서서히 알아간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 오는데.. 그 인물의 진짜 정체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사연은 카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나 또한 혼란스러웠다. 그런 사연이 사건 속에 담겨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후반부 결말을 통해 아마 카미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것 같다.
<기억의 무늬>는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카미의 눈으로 사람들의 옷차림을 세세히 묘사하고 있고, 직물들의 느낌과 아기침대등 카미가 느끼는 촉감도 세세히 묘사되어 있어 읽는 이로써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시각과 촉각이 눈으로 생생하게 들어오는 책인 것 같다.
백희성 작가님은 이전에는 집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이번엔 가구와 직물을 통해 이야기를 하니, 다음엔 무엇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기대가 된다.
- 내가 저지른 행동의 결과는 타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누가 뭐라고 하든 나 스스로는 정당하다고 믿고 싶었다. 적어도 내 인생만큼은 스스로 꺾고 싶지 않은 것이다.
- 부모의 실체를 모르는 자식은 뿌리가 잘려 나간 나무와 같다. 서 있는 것이 기적이고,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위태로운 삶..
- "어떻게 보면.. 그게 결국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 아니겠어? 역시 사랑은 독한 약보다도 효험이 좋다니까."
- 고통은 인간의 모든 이성을 부정하게 만든다 했던가.
- 옷도 가구도 시간이 지나면 낡고 오래되어 버려질지 모른다. 땀과 체취, 손때가 묻어 그저 더럽고 낡은 것으로 여겨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그 낡음이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짓는다. 마치 나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말이다.

WITH. 북로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