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소년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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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시작부터 사건의 현장을 보여준다. 소년의 감각과 생각, 눈에 보이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죽은 엄마를 신고하지 않고 소년은 34일간 일상 생활을 이어간다.

학원을 가고, 밥을 먹고, 죽은 엄마 옆에서 피를 흘리며 발견된다.

개학을 앞둔 예비 소집일에 학교를 오지 않자 담임 선생님이 신고를 하고 경찰이 집으로 찾아 가면서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사건의 진실을 보여준다.


중2의 소년이 왜 그랬을까싶어 읽어가다보니 점점 무서워졌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라서 뉴스에 간간히 나오는 이야기여서 섬뜩했다.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될까 봐 무서웠다. 아직 애기가 초등이라지만.. 몇 년후에 나도 저러면 어쩌나 싶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저렇게 대할까 봐 겁이 났다.


아들의 성적에 집착해 정서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하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 엄마의 부재를 겪고 싶지 않아 그것을 참는 아들. 그리고 선의의 이름으로 이들 옆에 있는 과외 선생님. 그들의 이야기는 잠깐 행복하고 끔찍한 결말을 불러온다. 

아들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그랬다지만 그것이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싶다. 그것은 명백한 집착이고 학대이다. 


아들의 시점도 나오는데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들을 그렇게 만든 건 엄마가 맞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살기위해 그랬다지만 꼭 그래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더 무서운 건 현실에서 우울증을 앓지도 않는데 그렇게 행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될까 봐 무섭다.


소설은 어떤 인간상을 보여주면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념?을 점검하게 된다.

이정명 작가님의 이번 소설도 대단한 것 같다.


- 그녀가 나를 사랑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노가 깃든 사랑, 증오를 머금은 사랑이었다. 두려움을 주는 것이 사랑의 한 방식이라면 그녀는 나를 지극히 사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을까?

- 폭력은 치유되지 않는다. 멍과 상처는 아물고 부러진 뼈는 다시 붙어도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평생을 간다.

-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을 제대로 설명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아무리 이상한 일도 의심 없이 받아들이니까.

- 우울은 인간을 산 채로 죽이는 흉기였다.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고 장기가 작동해도 죽음과 다름없는 삶. 감정을 상실하고 기억과 다정함을 잃은 껍데기뿐인 삶.

- 행복이라 하기에도 하찮은 일상이 삶을 얼마나 소중하게 만드는지를.

- 그는 할 수 있고 해야만 했다.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엔진에 석탄을 퍼 넣는 화부처럼 암기하고 정리하고 해석하고 응용하고 탐구하고 적용하고 비교하고 반복해야 했다.

-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그러나 괜찮지 않을 거란 전제가 포함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었다. 

- 자식을 아는 듯 행동하는 부모일수록 제대로 아는 건 없다.

- "요즘 사람들은 부끄러워하는 행위를 부끄러워하죠. 자신의 삶에 당당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건 당당함이 아니라 뻔뻔함 아닐까요?"

-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천천히 달리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자유다. 행복에 필요한 만큼만의 노력. 그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나는 믿는다.






WITH.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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