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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숲속의 서커스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38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4월
평점 :
'코로나19 팬테믹이 종료된 지 불과 3년 만에 새로운 유행병'인 '페인플루'가 확산 되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페인플루의 바이러스가 각성되어 '어릿광대 증후군'이라는 증상으로 사람들이 좀비화 되어갔다.
이 페인플루는 한국과 중국만 기승을 부렸는데 그 사연이 끔찍하다. 인간의 잔인함이 보여지는 장면이다.
소설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나는 인상 군상에 눈이 더 갔다. '지금 가장 위험한 건 좀비가 아니라 산 사람들일지도 몰라요.'가 정확했다. 이 모든 일에 원흉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좀비화 된 사회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찾으려는 사람들, 쾌락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나갔다.
가족을 지키려는 엄마, 애니 덕후인 맏이, 임신 중이지만 페인플루에 걸린 맏딸, 딸을 찾아 떠난 막내.
이 가족들이 겪어 나가는 사회는 잔혹하면서도 인류애가 있고 그 속에 따뜻함이 있었다.
또 '제시카'가 딸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들은 읽는 내내 울컥울컥하게 만들었고 마지막까지 딸의 안전을 생각하면서 몸부림 치는 엄마는 안타까우면서도 위대했다.
<어두운 숲속의 서커스>는 몰입감과 속도감이 미쳤다. 짧은 분량이지만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느낌이다.
강지영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작가님의 기량은 대단한 것 같다.
- 맹렬한 허기의 정체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걸 그녀는 오랜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 숙영은 늙은 물건이라도 놔두면 다 쓸모가 있는 걸 당최 요즘 애들은 아까운 줄 모른다고 쏘아붙였다.
- "니들이 짐작하는 것처럼 꼭 외롭고 쓸쓸하기만 한 인생은 아니었다고. 가끔은 꽃도 피고, 새도 울고, 물레방아도 돌리며 살았으니 불쌍해하지 않아도 돼."
- "고단한 세상, 부모가 왜 살겠니. 자식 지키려고 사는 거지."
-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죽어도 죽는 게 아닌 사람들이 도처에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 "모두 구할 수 없다면 아무도 구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 "결말은 안 중요해요. 왜 그리고 가야 하는지, 뭘 찾아야 하는지가 중요하지."
... " 난 결말 다 생각나. 각자 갈 길을 향해 떠나지. 여전히 왜 그리로 가야 하는지, 뭘 찾아야 하는 건지 모른 채로."
- "맞으면 죽는 거고, 안 맞으면 내빼는 거지, 뭐. 늬 외할머니가 그랬어. 닥치는 대로 살라고. 뭐 하러 걱정부터 해."
- "잘 자요, 제시카. 이번엔 내가 당신의 아이를 키울 차례가 됐네요."
- "지저벨, 신을 만나면 신을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살아가라. 설령 그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WITH. 자음과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