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은 여름으로
채기성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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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현재 시점 배경은 겨울이다. 하지만 그들의 추억 속 배경은 여름이다. 
차가운 겨울을 지나 뜨거운 여름을 향해가는 그들의 삶 이야기가 이 가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소설 속 상황과 이야기는 현재의 나와 전혀 맞지 않지만
내 책인가 싶을 정도로 한 문장 한 문장 계속 드려다 보게 만든다.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의 길은 여름으로>는 엄마를 잃은 자매의 이야기,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 몸에 지닌 상처와 추억을 함께 공유한 남녀의 이야기, 이주민 이야기 등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
소설은 잔잔하게 쓰여져 있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갈등, 상처 등 겨울이라는 배경과 어울려 차갑고 시리게 다가온다. 글이 흠칫 흠칫 나를 찌른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갈등이 해결은 아니더라도 그들 나름의 선택으로 나아간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겨울을 지나 여름으로 가듯이. "우리의 여름으로."

기도하기 위해 사제가 된 경모와 가정사의 트라우마가 있는 해원은 7년 만에 만나 그들이 함께 공유한 여름을 회상하면서 그때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엮어가며 미처 알지 못 했던 일들과 오해의 일들을 차차 풀어간다. 
가정사로 인해 데면 데면한 해원과 해령의 자매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이라는 이해의 마음으로 서로를 다독인다.
동갑친구에서 결혼까지 한 세정과 정욱 부부는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다 이혼얘기까지 나오지만 상황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하는 삶을 찾아간다.

읽는 동안 시린데 따뜻했던 시간들이었다.

- 세상의 절벽으로 내몰린 사람으로부터 낯선 위로를 받는 듯한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해원은 담뱃불을 켜다말고 타오를 안았다.
- 그렇게 살아왔다.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서로를 멀리하며.
- "질려. 사는 게."
- 우리는 불완전함을 극복할 수 없고 그저 경험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않을까.
- '깊디깊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심해어가 된 것처럼 낮은 자세로 눈치를 보며 두려운 눈을 하고 주위를 살피는 내 모습.'
- 네가 먼저 행복하지 않고서는 누군가와 삶을 함께한다 해도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거야.
- "네가 다치지 않길 바라는 건...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거야. 그러니 조심해."
- 손조차 내밀지 않는 사람을 신이 어떻게 구해주겠습니까. 신에게도 손을 흔들고 내밀어야 해요. 도움을 요청하는 손을 내밀기 전까지 신은 형제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WITH.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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