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불가마
정소정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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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멈춘 날, 가마의 주인이 까마귀 떼를 몰고 찾아올걸세. ...'
처음엔 불가마의 주인을 찾는 것 인줄 알았는데 점점 읽다보니 '언니'라고 불리는 그녀들의 이야기였다. 
꿈을 찾아 가고, 사랑을 찾아 가고, 삶을 찾아가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

천마총에서 꺼낸 것 같은 동판 간판에, 무거운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면 '카운터 언니'가 계신 '여성전용불가마 미선관'이 있다. 
체리색 마룻바닥에, 고동색 나무 캐비닛에, 은방울꽃 모양의 천장 조명까지.. 무엇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는 미선관.
미선관의 묘미는 출입문과는 정반대에 놓여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산이 있는 불가마일 것이다. 
지금 나가면 지옥이지만 조금만 버티면 천국을 맛 볼 수 있는 꿈의 불가마. 
나도 가보고 싶다. 땀을 빼면서 다른 차원의 시원함이란 어떤 것일까? 
또 다른 묘미는 '언니'라 불리는 그녀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녀들의 삶을 읽다 보면 같이 힘들어 하고 같이 힘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읽는 내내 어느 한 장 버릴 것 없는 좋은 문구가 많아 읽으면서 위로도 받고 위안도 받고 힘도 받았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찾았다. 

-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는 온 세상이 말려도 막을 수 없다. 그만큼 마음은 힘이 세다.

- 그리고 꼭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 될게. '너보다 더'가 아니라,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 좋았던 순간을 또 경험한다고 해서 지겨워질 리는 없지 않을까.

- "... 대단한 행운 말고, 소소한데 기분 좋은 행운."

- ... 미래의 늙은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그 어떤 옛사랑보다 더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걸 아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 "자꾸 죄송해하면 앞으로 또 죄송할 일만 생기지만, 같은 일도 감사하면 또 감사할 일이 생기거든."

- ... 기쁘고 또 기쁜 오늘을 되찾길 바랍니다.

가보고 싶다. 미선나무가 있고 비밀 셰프가 있고 꿈의 불가마가 있는 미선관.
몸이 먼저 반응하는 막에 들어 갔다가 엄마 배 속으로 다시 들어간 것 같은 해수탕에 갔다가 미선나무 아래서 비밀 셰프가 만들어주는 백반을 딱 먹으면 정말이지.. 너무 좋을 것 같다.



WITH.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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