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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사소한 하지만 모든 순간 속에 인문학이 숨어있다.
인문학이라는 테마를 좋아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쩌면 사람들이 읽으니깐 읽어야하니까 라는 이유로 시작된 인문학독서였다. 그래서 처음에 지루하고 재미없다고만 여겼었는데,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인문학 속에 내 일상이 숨겨져 있고, 사소하지만 큰 의미를 깨우치는 순간들이 보였다. 한빛비즈의 신간 ‘모든 순간의 인문학’속에도 이 원리는 적용된다.
제목 그래도 모든 순간에 인문학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는 순간도,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영화를 보면서 생각에 잠길 때 역시 인문학은 살아 숨 쉬고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채는지 못 알아채는지에 대한 통찰력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짤막한 소재들이 등장할 때마다 저자는 영화의 한 스토리와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쉽게 이해시켜준다. 우리가 영화를 볼 때의 감성을 저자는 대사와 맞물려 재해석하는 부분은 내가 본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책의 중반부를 보다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간이 아닌 장소라는 제목이 보인다. 공간과 장소의 차이를 아는가? 공간은 영역이 구체적이지 않고 나한테 의미가 없는 반면, 장소는 영역이 정해져 있고, 특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란다. 내가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아무도 아닌 아무개가 내가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내게 어떤 특정한 대상이 되는 그런 원리인 것 같다. 이 세상에 아주 많은 공간들이 존재한다. 가보지 못한 곳도 많고, 가본 곳도 있다. 그 중에는 추억의 장소가 많다. 그런 곳이 내겐 공간이 아닌 장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접하는 사소하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소재를 거론하며 내포된 의미를 재해석해낸다.
우리가 가는 노래방, 도서관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방식의 인문학을 볼 수 있다. 노래방에서 단순히 노래를 부른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이것 역시 목소리를 잃은 고해소라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노래방에 가서야 비로소 잘 들을 수 있는 건 아닌 걸까? 삶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무진장 그러고 보면 단순하다. 바라보는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저자가 말하는 주제 중 ‘물건은 결핍을 채워주지 못한다‘ 라는 부분은 뼈저리게 와 닿는 문구다. 여성들이라면 쇼핑의 중독에 빠져본 경험이 한번쯤을 있을 것이다.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아지고 잠시 행복함을 맛본다. 영화 ’쇼퍼홀릭‘의 주인공 역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모든 쇼핑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 물건을 사며 결핍이 채워질 것이라는 확신에 가득차서 사고 또 산다. 하지만 그 순간의 만족감일 뿐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아 사라진다.
이 사실을 알았다면 쇼핑의 세계는 떠나지 못해도 경계는 꼭 해야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동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새롭게 알게 된 문구나 생각들도 많았다. 그만큼 생각이란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100%일치하진 못하지만 잠시 누군가의 비밀 이야기를 알게 된 소중한 기분이다. 저자님 말씀대로 언제나 사는 대로 쓰고, 쓰는 대로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인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