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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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가 왜 낯선 남자와 공원 벤치에 수갑을 함께 찬 채로 일어나게 됐는지,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해서 쉬지 않고 페이지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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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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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장편소설

#기욤뮈소

#센트럴파크



아마도 숲의 그늘이 드리운 간선도로변에 우리가 사는 집도 있겠지요.

주물로 제작한 칼라 불빛 가로등도 있을 것이고, 펄쩍펄쩍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갈색 털 고양이와 늘 꼬리를 치는 순하고 큰 개도 있겠지요.

아마도 내가 너무 늦게 일어나 지각 출근하는 겨울날의 아침도 있겠지요. 그런 날 나는 계단을 서너 개씩 한꺼번에 뛰어 내려갈 테죠. 당신에게 급하게 키스하고, 열쇠고리를 손에 쥐고 말이죠.

문을 나선 나는 자갈 깔린 길을 지나 자동차 시동을 켜겠지요. 처음 만난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 서게 되면, 나는 문득 자그마한 공갈 젖꼭지가 열쇠고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겠지요.

-p.347



'센트럴파크' 347페이지의 이야기를 위에 옮겨놓은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프랑스 여형사인 알리스의 인생이 굴곡지고 무지 험난해서 이런 인생이 다 있을까 안타까웠는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담긴 구절이 책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 나타나자 너무 반가웠다. 심장이 조여오고 쿡쿡 찌르는 듯한 마음의 통증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어떨까? 삶이 계속되는 게 어렵고 자신없어질 것 같다.


알리스는 프랑스에서 유능한 여형사다. 끈질긴 투지와 의지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에너지가 알리스를 양달에 서 있게 할지, 응달에 서 있게 할지 종잡을 수 없이 커서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한 잔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알리스는 아침에 센트럴파크 한 가운데 벤치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프랑스가 아니라 미국이라고?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니라 낯선 남자와 수갑을 찬 채 벤치 위에? 그녀가 어째서 센트럴파크에 있는지, 어찌된 일인지 파헤쳐가는 이야기가 '센트럴파크'의 내용이다. 수갑을 함께 차고 있던 남자 가브리엘과 함께 말이다. 불도저 같은 모습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가브리엘과 함께 - 때론 일방적으로 - 헤쳐나가는 알리스의 모습에 진한 통쾌함이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해결하려는 알리스와 여형사 이미지는 꽤 어울린다.


누가 수갑을 채웠는지, 팔뚝에 왜 번호가 적혀 있는지, 가브리엘이라는 남자는 대체 누구인지, 물음표가 더해져간다. 가브리엘은 어떤 사람인지, 알리스가 생각한 사람이 맞는지 진짜 궁금했다. 알리스 주변의 사람들이 알리스를 돕고 있는지, 배신한 건지도 읽는 동안 궁금했다. 책 속에 나온 인물 관계가 이야기의 진행이 지루해지지 않게 만든다. 왜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 알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상실된 기억과 현장의 증거 등이 얽히고 설킨다. 이야기의 흐름이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꽤 흥미롭다.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는 궁금함이 이 소설 안에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뭔가 헛헛함이 느껴졌다.


범인을 잡겠다는 투지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잃는 너무나도 큰 상실을 겪은 알리스가 센트럴파크 벤치 위에 누워있게 된 까닭을 생각해보며 책을 읽게 된다. 어서 빨리 왜 그런 상황에 놓였는지 찾아내기를 응원하다가 어느새 알리스의 일상이 평탄해지기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한다. 페이지를 펼치면 덮을 수 없는 매력적인 '센트럴파크'로 주말이나 휴가를 보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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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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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스펙트럼을 릴리 킹의 이야기에서 경험할 수 있다. 다채롭고 무한하지만, 고요하고 외로운 감정은 이 책 한 권으로 통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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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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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설

#옴니버스

#사랑의스펙트럼

#어느겨울다섯번의화요일


어른들은 고통과 두려움, 실패를 감추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은 행복을 감춘다. 보여주면 사라질 어떤 것처럼.

"엄마, 내 양말 신고 있었어?" 한네가 말했다.

"발이 시렸는데 이 양말이 따뜻하고 보드라워서."

"벗어. 내가 아끼는 거란 말이야."

덧붙이자면, 행복과 친절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었다.

-p158


버몬트주 셸번의 그 레스토랑에서의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밤만은 기억한다. 알게 된 지 몇 주밖에 안 된 낯선 사람들 가운데서 느낀 행복감은 내 인생도 결국은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p183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었다. 표지가 단조로운 평범한 하루 안에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감정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릴리 킹의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은 10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편소설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열 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에도 여러 색채가 묻어 있다. 사랑도 '사랑' 하나로 무조건 좋고 아름답다 할 수 없듯이. 세상에는 좋은 사랑도 있지만 나쁜 사랑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상실과 사랑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말로 어찌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복잡하게 얽힌 시간과 구성원들의 표정과 인생은 본래의 색을 알 수 없게 될 만큼 덧칠되어 있을 때가 무수하기 때문이다. 릴리 킹은 감정 위로 쌓아올린 감정을 은은하게 해체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본디 바탕색은 사랑이라고. 단호하고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이야기 같아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상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심플한 수학 공식 같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 관계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기피하고 싶은 감정이라 해도 소용없다. 부딪치면서 감정 속에 엉킨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내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살짝 용기가 났다. 살아가면서 무서워해야 할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피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진실한 감정과 만나게 될 거라고 나는 내게 마음 속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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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누가 다녀갔을까? 온그림책 22
안드레아 안티노리 지음, 문주선 옮김 / 봄볕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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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하늘 아래 텐트 주변으로 누가 다녀갔을지 아이와 그림책을 보며 상상할 수 있어요. 그림이 너무 예뻐서 페이지를 한참 바라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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