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
릴리 킹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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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소설

#옴니버스

#사랑의스펙트럼

#어느겨울다섯번의화요일


어른들은 고통과 두려움, 실패를 감추지만, 사춘기의 아이들은 행복을 감춘다. 보여주면 사라질 어떤 것처럼.

"엄마, 내 양말 신고 있었어?" 한네가 말했다.

"발이 시렸는데 이 양말이 따뜻하고 보드라워서."

"벗어. 내가 아끼는 거란 말이야."

덧붙이자면, 행복과 친절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었다.

-p158


버몬트주 셸번의 그 레스토랑에서의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밤만은 기억한다. 알게 된 지 몇 주밖에 안 된 낯선 사람들 가운데서 느낀 행복감은 내 인생도 결국은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p183

그녀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책이었다. 표지가 단조로운 평범한 하루 안에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감정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릴리 킹의 '어느 겨울 다섯 번의 화요일'은 10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단편소설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 고스란히 열 편의 이야기에 담겨 있다.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말에도 여러 색채가 묻어 있다. 사랑도 '사랑' 하나로 무조건 좋고 아름답다 할 수 없듯이. 세상에는 좋은 사랑도 있지만 나쁜 사랑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상실과 사랑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관계를 말로 어찌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복잡하게 얽힌 시간과 구성원들의 표정과 인생은 본래의 색을 알 수 없게 될 만큼 덧칠되어 있을 때가 무수하기 때문이다. 릴리 킹은 감정 위로 쌓아올린 감정을 은은하게 해체해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본디 바탕색은 사랑이라고. 단호하고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이야기 같아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이상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심플한 수학 공식 같은 관계가 어디 있을까. 관계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기피하고 싶은 감정이라 해도 소용없다. 부딪치면서 감정 속에 엉킨 실타래를 하나 하나 풀어내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살짝 용기가 났다. 살아가면서 무서워해야 할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피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진실한 감정과 만나게 될 거라고 나는 내게 마음 속으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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